이슈

제3회 대한민국 장애인 국제 무용제

장애라는 프레임을 넘어 생산적인 싸움터로

글. 허명진 무용평론가

“네 몸을 싸움터에 던져라!”
영화감독 파졸리니의 이 말은 한 안무가가 선천적 기형인 자신의 몸을 직접 무대에 던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바로 현대무용의 거장 피나 바우쉬의 드라마투르그로 활약하기도 했던 저널리스트이자, 현재는 안무가로서 올해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등 여전히 최전선의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라이문트 호게(Raimund Hoghe)의 이야기이다. 장애의 몸 그 자체가 얼마나 부지불식간에 작용하는 편견을 건드리는지, 그의 작업은 언제나 논란의 여지를 던져놓는 전장과도 같다.

하지만 그의 작업이 ‘장애 무용’ 혹은 ‘장애인 무용’이라고 불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것은 곧 컨템퍼러리 댄스 자체가 이러한 소수적 영역까지 이미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가리키며, 반대로 최근 춤 분야에서 ‘장애’라는 단어의 부상은 아마도 그간 컨템퍼러리 댄스의 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국내적 현실에 대한 반증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제 3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장애인 국제 무용제’(Korea International Accessible Dance Festival, KIADA)의 존재는 꽤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여의 지점을 드러내는 것에서 더 나아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이 무용제는 과연 불편하지만 통상적인 시각에서는 결코 짚어낼 수 없는 이슈를 제기하는 어떤 생산적인 ‘싸움터’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직 미약하더라도 얼마나 그 창대한 가능성을 엿보게 할 수 있을까.

사실 ‘장애 무용’에 초점을 맞춘 페스티벌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거의 전례를 찾기 힘든 차별성을 띠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장애 무용’이라는 일종의 프레임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데, 자칫 장애에 대한 온정주의적, 복지적 시각에 치우치게 할 우려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는 이러한 시각만 남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이지 그 자체가 문제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런 행사가 아니고서는 유달리 공연장을 많이 찾은 장애인의 존재와 그들의 공연 향수권에 대해 환기하게 되는 기회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 관객을 수용하는 극장의 유연성이나 접근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장애 무용’의 프레임이 부여하는 프리미엄에 머무를 수는 없으며, 일반 관객 또한 폭넓게 끌어들이는 확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작품성의 측면에서 회자되고 의미 있는 성취를 보여주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이슈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무용제가 우선적으로 돌파해나가야 할 것은 앞서 언급한 그 결여의 지점으로 보인다. 비록 아직은 국내 컨템퍼러리 댄스의 장이 본격적으로 미치지 못한 영역을 표시하는 데 의의를 가질 수 있어도, 또 이러한 영역을 다룰 만한 안무가의 부재를 확인하는 데 그칠지 몰라도, 차후의 가능성을 열어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무용제에서도 장애의 영역을 존중한다면서 오히려 역으로 대상화하는 그러한 부류의 공연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역량 있는 안무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엿보였다고 생각된다. 가령, 안무가 김성용의 <좁은 골목>은 기존의 휠체어 댄스스포츠 류에서 주로 나타나던 수월성에의 강조나 과시적 제스처를 넘어서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주제와 움직임의 탐구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듀엣을 선보였는데,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마치 자웅동체처럼 얽혀 존재의 양가적 국면들을 어렴풋한 베일 너머로 출현시켰다. 기존의 모던댄스 미학을 뛰어넘는 유형은 아니더라도, 조명과 바람, 반투명 커튼 등 무대장치의 활용과 더불어 밀도와 집중력을 고조시키는 구성력이 눈에 띄었다.

사실 장애의 영역을 다루면서 그간 의미 있는 안무 작업을 보여 온 국내의 컨템퍼러리 댄스 안무가가 전무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무용제는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좀 더 새로운 안무가의 발굴을 원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이러한 영역에 스스로를 던지는 재능 있는 안무가가 많지 않고 아직은 그저 펼쳐놓을 수밖에 없는 단계인 와중에, 그러한 노력의 결실이 전혀 없지 않았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하지만 움직임 자체에 집중된 관점에서 더 나아가 삶의 세계와 몸, 차이의 관점을 다룰 줄 아는 동시대적 감각을 지닌 안무가의 확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다.

더욱이 국제적 교류에 힘입어 이러한 차원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영국의 장애인 무용단으로 잘 알려진 캔두코(Candoco) 댄스 컴퍼니의 공동설립자이자 예술감독으로 이번에 엑심(Exim) 댄스 컴퍼니를 위해 안무한 아담 벤자민(Adam Benjamin)의 경우, <기억의 탄생(The Birth of Memory)>이라는 작품을 통해 동일한 행위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인 무용수들 각자의 몸에 새겨진 다름의 방식을 펼쳐내면서, 우리 안에 은연중에 작용하는 기준을 의식하게 하거나 그것을 슬그머니 접게 만든다. 구별 짓기의 시선보다는 장애의 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일종의 내려놓음을 순간이나마 겪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이 무용제가 여러 차원에서 논란거리가 되는 장을 열었다는 것은 적어도 확실해 보인다. 이러한 장을 단순히 끌고 나가는 것 이상으로 녹록치 않은 과제가 부과되어 있음을 의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장기적으로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1
김성용 <좁은 골목> ⓒ옥상훈
2
엑심 댄스 컴퍼니 <기억의 탄생> ⓒ옥상훈

2018 대한민국 장애인 국제무용제(KIADA) 

(사)빛소리친구들, 2018. 8. 1.(수) ~ 8. 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세계 유일의 국제 장애인 종합 무용제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안무가와 무용수, 국제적 장애인 무용단 및 안무가가 장애인 무용수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한 작품들이 함께한다. 올해 축제에서는 벨기에, 대만, 일본을 비롯한 5개국 6개 작품이 해외초청작과 10개의 국내초청작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났다.  

필자_허명진

허명진
무용전문지 [몸] 기자를 거쳐 2003년 무용예술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공연예술지 [판] 편집위원, 국립현대무용단 교육&리서치 연구원을 거치면서 무용의 접점을 다변화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choreia@hanmail.net

사진제공. 2018 KI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