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음+세움 프로젝트 토론회 : 충북 장애인 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

지역의 관점으로 장애 예술의 초석을 세우다

글. 성정원 설치미술작가

 

인간은 끊임없이 예술을 생산하고, 이를 향유하는 문화를 지내고 있다. 인간이기에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 인간을 규정할 때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같은 차별로 인해 소외되고 제외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인간의 권리로서 예술적 행위는 그 누구에게나 존중되어야 한다.

 

지난 11월 21일 충북문화재단은 ‘2018년 장애인 문화예술 지원사업: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의 하나로 ‘이음+세움 프로젝트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다사리문화기획학교 김월식 대표, 뮤직키움 이나리메 대표가 사례발표를 맡았고, 「충북지역 장애인 문화예술 현장 실태 조사」에 대해서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홍재은 박사가 발표하였다. 이어진 토론회는 문화공감 흥 조용주 대표의 사회로 한국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윤덕경 이사장, 장애인 문화나눔 노리터 조우리 대표, 다사리학교 송상호 대표와 사례 발표자들이 모두 참여했다.

 

김월식 대표는 장애인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이 협력한 일종의 참여예술이자 다원예술 작업인 ‘총체적난 극’(2013, 경기도미술관・무늬만커뮤니티)의 실행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참여했던 장애인들이 있는 그대로 각각의 개성을 ‘예술가로서’ 표출하면서 독립적으로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새로운 문화예술영역을 개척한 것에 대해 토론회 참가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이나리메 대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장애 예술 축제인 ‘트루컬러 페스티벌(True Colours Festival)’과 ‘드레이크 뮤직 스코틀랜드(Drake Music Scotland)’ 사례를 발표했다. 그중 드레이크 뮤직 스코틀랜드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음악프로그램과 도구, 그리고 쉬운 기보법을 통해 장애 음악가들이 보다 쉽게 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할 수 있는 센터로 20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고 한다. 홍재은 박사가 발표한 「충북지역 장애인 문화예술 현장 실태 조사」는 충북에 소재한 40개 장애인 기관 관계자를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내용에는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사업 현황, 문화예술 향유 실태 및 문제점,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정책, 협업 활동 제안사항 등이 포함되는데, 비장애인이 미처 인식하고 고려하지 못하는 구체적인 상황과 환경의 실태들–가령, 공연 관람 후 귀가 문제나 장애인 문화 복지 정책의 홍보 부족의 문제 등–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실시되는 실태 조사인 만큼 충북 장애인 문화예술의 현 상황을 진단한 것이 앞으로의 ‘이음+세움’ 프로젝트의 사업계획에 중요한 역할과 방향성을 제시할 연구라고 보여 진다.

 

토론은 많은 의견이 오고가면서 청중들에게까지 열띤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다사리학교 송상호 대표는 청주시 장애인 인구 약 3만9천 명 중 시설에 있는 장애인은 2.4%에 지나지 않으며 나머지 분들은 지역사회에 있으나 고립된 상태, 즉 이동권에 제약을 받는 상태라면서, “장애인에게 문화예술 활동은 자신만의 공간에서 지역의 공간으로 이동하게 하는 중요한 의미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문화나눔 노리터 조우리 대표는 충북지역에 장애인 문화예술단체는 충북장애인사진협회와 장애인 문화나눔 노리터 두 곳 밖에 없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장애인 문화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문화예술 영역별로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한 관련 관공서, 협력단체, 그리고 시민들의 애정 어린 관심이 좀 더 필요하다고 역설하여 공감을 얻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진흥개발원 윤덕경 이사장은 장애인 무용교육과 장애인 전문 무용단 ‘비욘드예술단’을 소개하면서 “장애인 예술진흥을 위해서는 지원의 전문성 확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융통성이 중요”하다고 진단하였다. 만찬과 함께 진행된 축하 행사에서는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활동하는 ‘오송 시낭송회’ 회원들의 시낭송과 장애인 문화나눔 노리터의 마술쇼도 마련되어 호응을 받았다.

 

필자는 올해 충북문화재단이 진행한 ‘헬로우 아트랩’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 학생 대상의 장애 이해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 참여했다. 처음 프로그램 개발을 결정할 때부터, 함께 했던 작가들 모두 ‘이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쉽지 않은 주제이면서, 그러기에 한편으로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필자의 삶에서 몇 차례의, 어쩌면 이벤트적인 장애 체험과 같은 순간들(세 차례 깁스를 한 일, 200여 미터 되는 어둠 속 동굴을 걸어가면서 내 눈의 감각이 달라지는 첫 체험과 어둠 속에서 사람과 소통하는 감각체험 등)을 겪으며 느꼈었던 감정, 나름의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하고 작가들과 여러 차례의 토론을 통하고 자문도 받으면서 장애 이해 활동을 만들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성찰도 하고 다음을 위한 몇 가지 유의미한 점도 추출할 수 있었다. 활동 개발 과정 중에 어떠한 형태로든 장애인과의 꾸준한 협력 지점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비장애 예술가로서 장애와 관련한 활동을 기획할 때는 좀 더 여러 측면에서 내용적, 환경적 특성을 사전에 촘촘하게 점검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필자의 경험과 이번 토론회를 통해 장애인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광고나 대중음악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을수록 익숙해지는 것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고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그 자체가 서로 친숙해지고 예술이 가진 보편성을 경험하는 과정의 시작이 될 것이므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필요하다. 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가 공유하는 활동, 장애 예술가에 의한 장애인 대상의 예술 활동 및 예술교육 활동 등 다양한 기회가 마련되길 바라며, 이를 위한 인적·물적 환경이 요구된다. 이는 기존의 지원제도인 예술 창작활동 지원, 파견 예술인 제도, 연구개발 프로그램 제도 등을 활용해서도 가능할 것이라 본다.

 

또한 장애와 관련한 예술 활동을 기획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할 때는 다양한 층위를 고려한 전문적인 기획, 그리고 다양성을 띠는 수요자 맞춤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와의 예술 활동은 ‘예술’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만큼 활동에서 고려할 부분이 적다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그러기에 간과되는 점은 없는지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애인과 비장애 예술인의 협력적인 예술 활동에 있어서는 여러 측면에서 좀 더 섬세한 고려사항들이 있기에 이에 대한 사전 연구 및 워크숍 등의 기회가 (특히, 비장애 예술인에게) 마련되면 좋을 듯하다. 또한 장애 예술가에 의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예술교육 활동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짧은 시간 체험으로 끝나는 표면적인 예술 활동이 아니라 진중한 장애인 예술 활동을 위해서는 때로는 배려를 위한 특화된 구분이 필요할 수도 있고, 때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허물없는 팀워크가 필요할 수도 있다. 보다 적절한 수요자 맞춤형, 적절하고도 융통성 있는 활동 지원이 될 수 있도록 높은 안목과 전문적 역량을 갖춘 장애 문화예술 전문가와 지원행정 인력의 육성, 장애인 센터·특수교육원 등과 연계할 수 있는 예술 프로그램의 기획과 개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거점형 문화예술활동 공간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에서 추진되길 바란다.

 

장애인 예술 활동의 사례와 실태 그리고 토론회에서 오고가는 다양한 의견을 접하면서, 장애와 비장애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서, 모두가 함께 하면서 진심으로 존중받는 인간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예술이 가진 힘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앞으로의 ‘이움+세움’ 프로젝트가 적절하면서도 특화된 지원사업으로 서로가 유연하게 연결되는 문화를 세우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왼쪽부터)이움+세움 프로젝트 토론회, 김월식 교장, 이나리메 대표

[2018 장애인 문화예술지원사업: 지역문화예술 특성화]
이움+세움 프로젝트 토론회: 충북 장애인 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
충북문화재단, 2018.11.21(수), 청주 S컨벤션

충북문화재단은 충청북도의 장애인 문화예술 현황 파악과 장애인 문화예술 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추진된 ‘2018 이음+세움’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가 자문회의, 유관기관 간담회, 실태조사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움+세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충북 장애인 문화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국내외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에 관한 사례 공유 및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성정원

성정원
설치미술작가. 《끼워 맞춘 달》(2018,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등 다수의 개인전을 하였고 ‘작업실 짜장’을 운영하며 ‘예술적인 교육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올 한해는 충북문화재단 ‘헬로우 아트랩’ 프로젝트를 통해 장애 이해 활동과 학교 예술교육에 대해 연구하고 실험하였다.
jwononline@gmail.com

 

사진제공.충북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