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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예술 활동 : 공동협력 작업에서의 다양성의 가치와 평등’ 강연 및 워크숍 참관기

기존 예술을 파열하고 재구성하는 미래를 엿보다

글. 안경모 연출가

 

지난 11월 20일과 21일 양일간 ‘포용적 예술 활동’(Inclusive Arts Practice)의 가치와 실천양상을 주제로 한 영국 브라이튼대학교 앨리스 폭스(Alice Fox) 교수의 강연과 워크숍이 있었다. 2016년에 이은 이번 방문과 강연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사례발표 차원을 뛰어넘어, ‘포용적 예술 활동’의 개념이 국내 장애인 예술 활동의 방향을 확장시키고, 로켓아티스트 스튜디오의 창작과정이 우리에게 일정한 자극점이 되도록 구성되었다.

 
 

포용의 가치를 실천으로 이끌기

대개 ‘포용성’(Inclusion)이라는 개념은 ‘다양성’(Diversity)과 함께 다뤄진다. 문화에 있어 ‘다양성’의 의미는 기회 균등과 차별 금지라는 사회 안전 정책부터 인간의 창의적 활동과 미래사회의 대안적 가치체계까지 확장되는데, 이때 ‘포용성’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다양성’의 실천 태도로서만 이해되는 경향이 크다. 즉 나이, 장애, 성별, 인종, 민족, 이념, 종교, 취향, 배경 등의 차이를 상호이해와 인정 및 존중, 찬사에 기반하여 공존과 상생의 원칙에 따라 개별적 가치와 융합적 가치로 공히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에는 그 방법에 대한 모색이 미흡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용적 예술 활동’이란 이름으로 포용성의 예술적 의미와 그 실천 방법론을 구체화한다는 것은, 장애인 예술 활동이라는 특수영역을 뛰어넘어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전방위적인 실천으로 이끄는 의미 있는 자극이 된다.

 

앨리스 폭스는 포용적 예술 활동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포용적 예술활동이란) 학습장애인과 비장애 공동협력자 간의 창의적인 작업기회를 지원함으로써, 평판좋은 예술가라는 기존의 인식에 도전하는 양질의 예술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Supporting creative opportunities between learning disabled people and their non-disabled collaborators as a means of making high quality art that 
challenges existing perceptions of who can be a valued credible artist.
 

‘포용적 예술 활동’은 학습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창의적 협력이 중심이 된다. 이는 학습장애인의 입장에서 비장애인을 포용하거나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학습장애인을 포용하는 방식이 아닌 상호포용적인 관계설정을 요구한다. 이러한 접근은 장애 예술가가 보호되고 관리되는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예술 특성을 가진 창작의 자율주체가 되는 과정이며, 장애-비장애 간의 상호차이와 협력이 구체적인 예술 결과물로 이르게 만든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포용적 예술 활동’에서 비장애 예술가와의 협력파트너를 학습장애인으로 제한시킨 점이다. 물론 앨리스 폭스는 그간 학습장애인에 대한 예술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배경에서 출발했지만, 공동작업자를 장애 유형 전반으로 확장하지 않은 점은 영국과 한국의 장애인식 차이를 통해서 일부 이해할 수 있다. 즉 영국에서는 대체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신체장애는 예술 활동의 장애로 여기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의학적 기능상실을 모두 장애로 인식해 각기 다른 장애 유형조차 단일하게 대상화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학습장애’라는 특화된 제한점을 어색하게 여기게 된다. 또한 ‘포용적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들을 의학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활동 의지가 제약받는 여건으로 이해하려는 앨리스 폭스의 또 다른 의도로도 읽힌다. 물론 학습장애인(Learning Disabled People)이라는 명칭이 치료적 접근인 학습장애(Learning Disorder)와 혼돈될 수 있는 번역상의 난점도 있다.

 
 

장애-비장애를 뛰어넘는 미래지향적 가치

그런데 ‘포용적 예술 활동’을 단지 학습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동 예술 활동으로만 국한할 수 없는 것은, 이 활동이 현대예술의 자양분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이다. 즉 ‘포용적 예술 활동’은 주제양식적 세계의 완결이라는 전통적인 예술 미학에 반항하고, 결과적 작품보다 그 작품에 적용된 개념이나 과정, 관계설정에 주목한다. (예술의 탈물질화) 또한 예술세계를 예측불가능한 부조리나 충격, 기이, 혼란, 순수쾌락 등 현상성으로 확장하는 경향을 지지한다. ‘포용적 예술’이 ‘아웃사이더 예술’과 연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그 관점이 주류로부터 비켜섬에만 있지 않고, 예술 활동은 원래부터 그러하다는 인정과 동의에 기반하기에 ‘포용적 예술’은 이미 자기확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포용적 예술 활동’은 ‘장애-비장애’라는 구도를 뛰어넘어 폭넓은 다양성의 범주를 흡수하며, 기존의 예술을 파열하고 재구성하는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포용적 예술 활동’의 역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앨리스 폭스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상호수혜를 가지는 창의적 교환과 협력. 이는 상호동등한 입장에서 일방적 헌신이나 치료적 접근을 경계함을 의미한다. 둘째, 선택 분야의 역량과 지식 및 기술을 발전시키는 기회. 이는 첫 번째 원칙을 전제로 학습장애인이나 비장애인 모두의 예술적 성장을 기대하며, 동시에 그 과정과 결과가 예술의 지평까지 확장시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셋째, 학습과 망각을 위한 모든 기회의 제공. 이는 서로를 통한 배움과 창작과정에서 얻는 배움뿐만 아니라, 기존에 학습했던 내용을 폐기하는 태도까지 확장하려는 의도이다. 넷째, 삶의 이야기와 자부심, 아이디어를 들려주는 기회 제공. 이는 예술창작을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옮기고, 그 과정에서 창작자 개인의 삶과 그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까지 예술영역을 확장하자는 의미이다. 다섯째, 결과로서 양질의 예술작품과 양질의 경험 도모. 이는 예술창작을 과정중심으로 옮긴다 하더라도 그 최종적 결과물 또한 기존의 예술지형을 자극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현실 대응으로 이해된다.

  
 

불평등 없는 협력으로부터

앨리스 폭스의 워크숍은 ‘포용적 예술 활동’의 의미론적인 접근이 예술창작의 실행과정에서 구체화되는 면모를 경험하게 했다. 특히 공동작업에서 비포용적인 예술 활동 방식의 문제점을 확인하는 과정이자 동시에 포용적 예술 활동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체험하는 과정으로 설계되었다. 앨리스 폭스는 우선 워크숍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의 태도를 공유하고 확정했다. ‘허락과 동의(Permissions and Agreements)’라는 명명으로 이뤄진 시간에 참여자들은 이견 존중, 상호 경청, 다름의 수용, 불확실의 허용, 선입견 버리기, 열정 등을 워크숍에 임하는 태도로 합의했다. 또한 많은 학습장애인이 장애로 인해 불평등을 오랫동안 내면화했고, 선택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아 행동의 수동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공동의 예술 활동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를 없애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평등과 자율, 능동의 환경을 만들어가야 함을 공유했다. 또한 예술 활동에 있어 상대방에게 지시하거나 가르치는 행위는 장애인에게(비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자기부정을 내면화시킨다는 점을 인식하고, 특별한 기술습득이 필요한 예술 활동이라 할지라도 설명보다는 시연을 통해 스스로 체험하게 하며, 상대방을 바라보는 태도부터 심지어 작업에 대한 칭찬마저도 권위를 작동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한편, 공동작업의 작은 예시였던 ‘파인애플 그리기’는 상대방과 함께 의지하고 협력하는 예술 활동은 말이 필요 없는 강력한 소통에 기반함을 깨닫게 했다. 두 사람이 호흡으로 조율하는 예술 활동은 비단 그림 그리기뿐만 아니라 음악, 무용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수 있는 방식이기도 했다. 집단토론방법인 퍼실리테이션을 연상하게 했던 프로그램 ‘신체 그리기’는 ‘포용적 예술 활동’을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가치, 기술을 함께 토론한 후, 그 결과를 신체형상으로 그려내고 글과 그림으로 완성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물을 전체 집단이 함께 공유하며 집단의 성과로 축적하도록 유도했다.

 

짧은 워크숍 시간으로 로켓아티스트들의 공동작업(www.rocketartists.co.uk 참조)을 이해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특히 ‘포용적 예술 활동’은 그 자체로 비규정적이라 시간, 공간, 환경, 참여자에 따라 각기 다른 과정과 결과를 이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용적 예술 활동’은 현대예술에서 보이는 단독작업의 한계에 주목하며 다양성의 가치를 공유의 틀로 이어내는 유의미한 실천론임을 확인하게 했다. 특히 포용적 예술활동은 흔히 ‘인식개선’ ‘주류진입’ ‘I-Can-Do-It’ 등 부정적인 전제에서 출발하는 우리나라의 많은 장애인 예술활동에 분명 긍정적 시너지를 유도하는 개념과 실천임이 분명하다. 향후 다양한 활동사례와 실체적 결과물로 우리 문화 환경에 많은 자극과 파열들이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포용적 예술 활동’ 강연 및 토론
‘포용적 예술 활동’ 워크숍
붙임2_포스터_2018 포용적 예술활동 강연, 워크숍_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18 해외 장애예술 전문가 초청강연 & 워크숍 
‘포용적 예술 활동 : 공동협력 작업에서의 다양성의 가치와 평등’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 2018.11.20.(화), 11.21.(수)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국내외 장애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관련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해 해외 장애 예술 전문가를 초청,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2018년에는 영국 브라이튼대학교 예술인문대학 부학장으로 포용적 예술 활동 및 교육을 연구하고 있으며, 장애인 예술단체 로켓아티스트 스튜디오 디렉터를 맡고 있는 앨리스 폭스를 초청하여 포용적 예술의 미학적 관점과 이해, 실천 방법 등에 대한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안경모

안경모
연극을 중심으로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무대를 구성하고 연출한다. 대학에서 연극제작과 연극교육방법을 지도했고, 현장에서 공연작품들을 평가하고 예술교육을 컨설팅한다. 대표작으로 연극 <진실X거짓> <바람불어 별이 흔들릴 때> <해무> <그리고 또 하루>, 뮤지컬 <찰리찰리>, 가무악 <안숙선과 떠나는 민요여행>, 무용 <안녕> <TWO> <산행> 등이 있다. 2007년 한국연극베스트7, 2012년 서울연극제 대상을 수상했다. 
thtrman@hanmail.net

 

사진. 박영균(미디어작가), 이재범(POV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