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편집장의 글 

담론과 실천, 현장의 생동감을 포착하기

글. 오세형

 

이번 호 이슈에서는 ‘포용적 예술’이라고 번역되고 있는 인클루시브 아트(inclusive arts)를 실천해 온 해외 전문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는 장애 예술을 정책과 제도의 영역에서만 다루는 건조함에서 벗어나 담론과 실천의 장이 촉발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선정하였다.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 장애 예술 현장의 두 가지 구도를 논하자면, 첫째는 기존 예술과 제도가 표방하는 규범 체계를 인정하고 내면화하여 받아들이는 공존의 전략이며, 다른 하나는 아직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장애 예술에 필요한 적절한 풍토와 토양을 찾아 새로운 땅을 개간하고 밭을 일구는 고단한 길이 있다. 영국과 유럽에 이러한 이원론적인 흐름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번 호에서 소개되는 앨리스 폭스(Alice Fox)의 전략은 후자에 속한다. 그녀는 기존 체제에서 답변하기 까다로운 질문과 문제 제기를 지속적으로 던지는 방법을 취해왔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저작의 제목도 ‘비판적 선언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연출가 안경모는 앨리스 폭스 교수의 강연과 워크숍을 꼼꼼히 참관한 뒤, 그녀의 도전적인 실험이 매력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한·영 양국 간 장애 예술 현실과 문화적 차이라는 맥락 하에서는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강연에서 발표한 학습장애-비장애 예술가가 위계 없이 동등하게 협업한다는 것이 방법론적인 면에서는 신선하지만, 통념과 상식을 넘어서는 급진적 관계를 요청하는 실험성이 강하고, 이 방법론의 대상을 학습장애 예술가에게만 한정하고 장애 전반에 적용할 수 없다면 확산과 영향력의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실천해온 포용적 예술이 던지는 질문이 우리의 현장에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백령 교수는 앨리스 폭스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생생하고 직접적인 목소리를 이끌어내고 있다. 질문 목록이 길지 않음에도 폭스 교수가 장애 예술에 천착하게 된 동기와 이론의 필요성을 느껴 저술 작업을 하게 된 계기, 그리고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과 의미를 노련한 솜씨로 끌어내면서 섬세하고 압축적인 지형도를 그려내고 있다. 에두르지 않고 직관적으로 임하는 그녀의 인터뷰를 통해 독자들은 그녀의 예술가적 기질과 실천가로서의 태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치미술작가 성정원의 충북문화재단의 ‘이음+세움 프로젝트 토론회’ 리뷰는 향후 국내의 장애 예술 현장 활성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제도, 현장, 예술활동 등 지역 장애 예술의 모든 지표가 열악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태조사와 유관기관과의 협의, 자문회의 등을 통해 현장의 욕구와 현황을 파악해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기대감과 희망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해내고 있다. 특히 장애–비장애 간의 협력과 공존의 장을 구축해야 한다는 방법론적 제안과 장기적이고 제도적 측면에서도 지속적인 시선으로 임해야 한다는 요구는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유념해야할 사항이다.

 

최근에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 배희관은 기존체제와의 공존과 자기자리를 모색하는 현장 전략의 첫 번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 뮤지션’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음악인으로서 불리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는 우리 귀에 익숙한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억될만한 울림을 주는 힘이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관념의 잣대로 잴 수 없는 현장의 생동감을 포착해야 하는 것이 본 매거진이 잊지 말아야할 사명이라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