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_main

인터뷰

클레어 윌리엄스 극단 하이징스 대표 

“우리의 퍼포먼스가 강력한 이유는”

글. 김소연 연극평론가

 

영국 웨일즈 지방 카디프에 위치한 하이징스(Hijinx)는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지역 사회 참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극단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은 세계 곳곳을 투어하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공연만이 아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재능 있는 학습장애인들이 전문예술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고, 장애 비장애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창작된 작품들을 소개하는 페스티벌을 격년으로 개최한다. 이들의 놀라운 성취는 <프레드>(Meet Fred) 서울공연에서 직접 확인된다. <프레드>는 네 명의 비장애 배우와 세 명의 장애 배우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공연이다. 그러나 관객들이 장애를 알아채는 배우는 한 명뿐이다. 그런데 다운증후군 배우 한 명조차도 서투름이나 불완전함 때문에 그의 장애가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연극의 타이틀 롤인 프레드가 인형이라는 존재 자체가 캐릭터가 되는 것처럼, 그의 장애는 연극의 마지막 반전을 예비하고 이끌어낸다. 인형 ‘프레드’의 다름이 우리사회의 완강함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한다면 ‘마틴’의 장애는 다름을 통해 우리가 삶을 넓고 깊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넨다. 이 매력적인 배우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이 아름다운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하이징스는 어떤 곳인지, 클레어 윌리엄스 하이징스 대표에게 물었다.

 

하이징스는 80년대 설립된 극단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하이징스가 포용적 예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당신이 대표를 맡은 즈음이다. 극단이 방향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내가 대표에 취임하기 전에도 하이징스는 포용적 예술활동을 해왔다. 참여에 중심을 둔 지역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제한적인 활동이었다. 2013년 대표로 취임했을 때 학습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예술가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이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널리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로 전국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기회를 만들려고 했고, 두 번째로는 이 프로그램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했다. 이는 우리의 야심찬 계획으로 이어지는데, 훈련된 전문적인 학습장애 예술가들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넘어 국제적인 무대에서 선보일 뛰어난 작품을 수행하도록 성장하는 것이었다. 학습장애가 있지만 재능 있는 성인, 청년들이 자신의 창의적 목소리를 냄으로써 비장애 예술가들과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다. 퍼포먼스는 자신감, 자아 성취감을 높이고 동료를 만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중요한 기회이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의미 있는 도구다. 나와 우리 모두에게 위대한 도전이었다.

하이징스가 본격적으로 포용적 예술활동을 펼치기 위해 시도한 것들은 무엇인가.

전문적인 예술활동과 커뮤니티 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했다. 이는 대중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 매우 중요했다. 많은 대중은 장애 예술가들의 활동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낸다. 사랑스럽다, 예쁘다, 대단하다, 잘한다 등등. 이러한 반응에는 ‘장애에도 불구하고’라는 판단 기준이 작동한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장애 예술가 역시 비장애 예술가와 똑같이 존중받고 판단 받기를 원한다. 연극 <프레드>의 마지막은 하이징스 활동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마틴이 연출가의 모자를 쓰는데 더 나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 모르지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학습장애 예술가들이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창작자들이다.

앞서 하이징스의 활동을 위대한 도전이라고 했는데, 쉽지 않은 과제에 도전하여 좌절하지 않고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하이징스에서 변화를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많은 장애인이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은 그들을 보호하려고 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생활은 아동기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인의 성숙한 삶을 원한다. <프레드>에서 고용센터 직원 역을 맡은 리차드는 하이징스 활동을 하기 전에는 일도, 집도, 돈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배우로 일하고 있고, 일로 자신의 생활을 꾸려가고, 독립해서 자신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9월에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간다. 이러한 변화는 백 가지도 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처음 하이징스에 왔을 때 울고,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였지만, 여기에서 활동하면서 놀라운 재능을 가진 창작자로 공연을 하고 야심과 열망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이뤄나간다. 이러한 변화를 매일 매주 보고 있다.

하이징스는 작품창작, 투어, 장소특정공연(Pods), 페스티벌(Unity Festival), 아카데미 등 굉장히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창작집단이라기보다는 예술기관 같다. 이렇게 여러 분야와 활동을 포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이징스의 목적은 학습장애 예술가들이 무대, TV,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만드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60년대만 해도 TV에서 흑인 배우를 볼 수 없었다. 만약 지금 그러한 다양성을 볼 수 없다면 그것이 이상한 것이다. 그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이 더 많이 영화, 드라마 등에 등장하고 그 역할이 바로 그들, 장애 예술가들에 의해 창조되길 원한다. 하이징스에는 아카데미하우스, 씨어터하우스, 필름하우스, 캐스팅 에이전시, 롤플레이하우스가 있다. 우리에게는 70명의 배우가 있는데, 모두 한 작업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연극을 경험하고 2년, 3년, 10년 활동을 하면서 종국에는 캐스팅 에이전시에서 일자리를 얻고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목적이다. 70명 모든 배우는 롤플레잉하우스에 고용되어 일한다. 롤플레잉하우스는 각 직업군이 사회적 취약계층과 어떻게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지를 연습하는 곳이다. 예를 들어 의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자폐를 가진 환자를 어떻게 진찰해야 하는지, 배우들이 환자 역을 맡아 진찰 과정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묻고 설명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배우들은 자신의 작업에 따라 자유롭게 각각의 공간에 참여한다. 유일하게 울타리를 치고 다른 하우스와 분리된 건물이 있는데, 이곳은 커뮤니티센터다. 이곳은 전문가가 아닌 이들의 예술활동 공간이다. 성인드라마클래스, 청소년씨어터, 커뮤니티 장애/비장애 예술활동, 뮤직플로어 등이 있다. 앞서 전문 예술활동과 커뮤니티활동을 엄격하게 구분한다고 했는데, 공간도 분리되어 있다. 

놀라운 규모다.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각 하우스의 디렉터를 비롯하여 구성원들이 각자 자신이 맡은 분야를 책임지고 이끌어간다. 처음 하이징스에 왔을 때 4명으로 구성된 팀이 전부였다. 거기에 10명의 프리랜서, 2명의 봉사자가 돕고 있었다. 지금은 전임 16명, 프리랜서 60명, 봉사자 170명이 활동하고 있다. 재원의 12%만이 정부 지원이고 나머지 88%는 활동 수입이다. 우리는 정부의 정책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 정책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공연 및 영화계가 좀 더 포용적인 캐스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7개의 캐스팅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그래서 씨어터하우스 공연이 훌륭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고 그러면 우리가 생존할 수 없다. 각 하우스에서 최고의 예술창작 활동을 하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중요하다. 누가 백만 파운드만 기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안 된다고 한다. 우리가 나태해지기 때문이다. 생존하려면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하이징스는 여러 단체 및 예술가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프레드>도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이 함께 공연한다. 포용적 예술활동을 지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가 퍼포먼스에서 강력한 인상을 받을 때는 자신의 인식이나 사고에 큰 변화를 가져올 때다. 장애, 비장애 예술가의 협업은 서로 다른 세계관, 서로 다른 감각이 만나면서 굉장히 놀랍고 새로운 사고방식의 융합이 일어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 프로세스가 더디고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장애 예술가들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장애 예술가들이 비장애 예술가들을 따라가기 위한 것이 아니다. 더디지만 결코 손해가 아니다. 그 반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창조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한다. 

하이징스를 방문해달라. 하이징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우리가 어떻게 훈련하고 창작하는지 직접 본다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세계의 많은 이들이 우리를 방문하고 있다. 한국의 예술가들도 방문했으면 한다. 초대한다. 또 우리가 한국에 와서 협업하는 기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interview_profile

클레어 윌리엄스(Clare Williams) 
극단 하이징스 대표. 30년간 공연예술 분야에서 디자이너, 디렉터, 공연장 매니저, 프로그래머, 행정전문가로 활동해왔다.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 등 영국의 주요 극장과 예술센터뿐만 아니라 성이나 궁전, 성당, 산과 해변, 기차 등 특정 장소를 위한 공연도 제작해 왔다. 2012년 런던 장애인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활발해진 장애예술이 어떻게 더 포용적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장애 예술인 아카데미 사업과 그들이 전문 예술인으로서 차별받지 않도록 산업 내 윤리적 캐스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안하는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www.hijinx.org.uk

interview_profile2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비평문/매체 이외의 비평의 다양한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kdoonga@naver.com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infebruary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