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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단 다빈나오 김지원 연출, 전인옥 배우

“설레고 재미있다”

글. 김소연 연극평론가

 

‘다빈나오’. “다 같이 빈 마음으로 나오시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빈 마음’이 뭘까, 장애인과 장애 예술에 대한 편견을 비우라는 것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김지원 연출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빈 마음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극단 작업으로 말하자면 장애를 인정하는 것,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하자는 거다.” ‘다빈나오’는 권유가 아니라 다짐이었던 것. 그렇다고 비장한 결의를 떠올리지는 말길. “다 같이 빛난다는 뜻도 있다.”

 

극단 다빈나오는 6월에 오를 공연 <가족>을 연습 중이다. 창단공연 이후 여러 차례 공연되고 있는 극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시각장애인 엄마와 막내아들인 고등학생 도형이 갈등 끝에 화해에 이르는 이야기다. 엄마만이 아니다. 도형의 형은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고 고모는 약시다. 역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고모할머니와 취준생 사촌 형이 식구처럼 이 집에 드나든다. 그리고 엄마에게 호랑이 시어머니인 할머니가 있다. 이렇게 적고 보면 사춘기 청소년과 장애인 가족들의 갈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 가족의 갈등이다. 그런데 이 가족들의 갈등이 장애, 비장애의 편견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물론 가족들의 장애는 이 연극에서 여러 사건으로 이어지지만 다른 한편 제각각의 삶이 때로는 부대끼고 또 때로는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아가는 모든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와 나의 삶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장애도 비장애도 삶의 여러  모습이다. <가족>의 화해는 가족들의 사랑에 멈추지 않고,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함께 살아간다는 위로를 건넨다.

 

극단 다빈나오는 <가족>을 시작으로 소리극 <옥이> 그리고 신작 <공생> 등 올해 세 작품이 계획되어 있다. 막 연습을 마친 김지원 연출, 전인옥 배우와 마주 앉았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전인옥 배우는 ‘장애 예술’이라는 말의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장애, 장애인이라는 말 자체가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게 하는 것처럼 장애 예술이 낙인효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말이라는 것이 쓰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애인 예술활동의 특별한 가능성을 주목하고, 또 장애인 예술활동을 더 많이 알리자는 목적도 있다. 그러나 전인옥 배우의 말처럼 구분 짓기에 대해서는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호회 활동이 극단 창단으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김지원 연출은 다빈나오 창단부터 작년까지 대표를 맡았다. 협업자가 아니라 극단 운영자로 활동했다. 

김지원 뮤지컬 배우, 연출 작업을 하면서 여러 기관이나 단체에서 장애인들과 연극 만들기를 했다. 그렇게 만났던 이들과 1년에 한 번씩 모여서 공연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런 반응을 보면서 전문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창단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함께 하는 단원들도 있다. 우리에게 공연은 직업이다. 어떻게 하면 이 배우를 무대에서 빛나게 할까 그런 궁리를 하면서 작업을 하는 것이 설레고 재미있다.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처음 시작할 때는 연극을 하면서 언어장애가 치료되는 것을 보면서 흥미로웠다. 더 적극적인 방법론이 있을까 궁금해서 예술치료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다. (김소연: 하지만 예술치료사가 아니라 연출가이다.) 예술치료사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다. 어떻게 말을 끌어내고 일반화해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방법론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연극은 연극으로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전인옥 배우는 어떻게 다빈나오에서 활동하게 되었나?

전인옥 2010년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실무자로 연극사업을 기획하면서 김지원 연출을 만났다. 여러 사업을 기획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되더라. 연극도 그중 하나다. 대학 다닐 때부터 연극이나 공연을 많이 보고 싶었다. 공연을 보고 싶다는 욕심이 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지는데, 당시에는 전혀 길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참여한 것이다. 처음 공연을 했을 때, 배우로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만나는 삶이 나에게도 주어졌구나 하는 그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 사업 후에도 만남이 이어지면서 2013년 <가족>에 엄마 역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극단 다빈나오 창단공연이었다. 

<가족>의 엄마 역이 시각장애인이다. 엄마 역은 전인옥 배우가 계속 맡았나?

김지원 아니다. 다른 배우가 캐스팅된 경우도 있다. <가족>은 공연 때마다 수정하게 되는데, 배우에 따라 캐릭터가 바뀌기도 한다. 전인옥 배우가 참여할 때는 엄마가 시각장애인이지만, 뇌병변 장애 배우가 엄마 역을 맡으면 그에 따라 캐릭터도 수정하고 대본도 고쳐 쓴다.

<가족>, 소리극 <옥이> 등 다빈나오의 작품은 캐릭터의 장애 자체에 주목하게 하기보다는 드라마, 관계에 집중하게 한다. 예를 들어 <가족>에서 엄마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 있지만 엄마가 장애가 없다고 해서 엄마와 아이들의 갈등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지원 우리는 사람 이야기, 가족 이야기,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장애인을 이해하라, 혹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무대에서 멋있어지면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다. 오해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만. 어느 가정이나 문제없는 가정이 없고, <가족>도 그런 이야기다. <가족>에서 엄마와 아들이 화해하는데 이것은 결론이 아니다. 계속 살아야 하니까. 또다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지만 서로 보듬어 주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우리 작품은 결론이 없다. 

장애인의 세세한 일상에서 캐릭터가 포착되고 사건화되는 등 디테일이 촘촘하다.

김지원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그 과정에서 작품이 착상된다. <색을 짓다>라는 작품은 점점 시각을 잃게 된 분의 이야기에서 착안된 작품인데, 색을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분홍색 하늘 등 나만의 색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을 그렸다. 또 시각장애인들에게 소리가 중요한데 소리의 감각이 독특하다. 그런 이야기를 작가에게 의뢰해서 대본을 만들기도 한다. 소리극 <옥이>는 전인옥 배우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대화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이 많다. 장애인 인식개선이라든가 그런 목적보다는 어 재밌는데? 이거 해볼까? 이런 식이다.

 

전인옥 <가족>에는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이쪽 저쪽 등 알 수 없는 방향 지시라든가,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팔을 잡는다든가 일상에서 겪는 에피소드들이 연극에서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연기를 할 때 그런 익숙한 장면들이 도움이 된다.

 

장애, 비장애 배우들이 함께 무대에 서고 장애 배우들의 장애 유형도 다양하다. 어려움은 없나? 장점도 있을 것 같다. 

김지원 우리는 공연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렇게 모이고 보니 시각장애인도 있고 뇌병변 장애인도 있었고 구성원들의 장애 유형이 다양하다. 어려움은 있다. 배우의 특성에 따라 캐릭터를 수정하기도 하고, 연습 방법도 다르게 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것도 많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반면 그래서 캐릭터가 다양하게 나온다. 예를 들어 소리극 <옥이>에서 저신장 배우에게 구척장신 저승사자 역을 맡겼다. 그런가 하면 호랑이 역을 언어장애가 있는 배우가 맡았는데, 그래서 어눌한 호랑이로 호랑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배우의 특징을 더 두드러지게 해서 캐릭터를 만든다. 캐릭터가 더 풍부해지고 희극적 요소가 되기도 한다. 장애, 비장애 배우가 함께 작업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다양한 형식,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

 

전인옥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물론 장애인들끼리 있으면 편한 것이 있다. 실수한 것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을 자주 못 만나니까 차별이 생기고 그래서 인식개선 활동이 필요하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만나야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다.

 

최근 배리어프리 공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빈나오는 배리어프리 공연을 꾸준히 시도해왔다.

김지원 우리가 답답해서 시작했다. 공연을 만드는 우리가 이해가 되지 않으면 관객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이걸 어떻게 해결하지? 그러면서 여러 시도를 하게 되었다. 미디어아트와 협업해서 이미지로 무대 상황을 보여준다거나, 우리 공연에서는 밴드가 라이브 연주를 하는데, 무대 상황을 노래로 들려준다거나 하는 시도를 했다. 인이어(In-Ear)로 무대 움직임 해설을 했더니 중복되어서 집중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예 서사적으로 장면에 무대 해설을 넣었다. 수어 통역도 카페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넣었다. 우리가 안 불편하려고 하나씩 찾아갔다. 소리극 <옥이>에는 음악 라이브, 수어 등 모든 것이 다 들어간다.

 

전인옥 관객으로 다빈나오 공연을 볼 때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구성원들의 장애 유형이 다양한 점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경우다. 

마지막 질문이다. 연출자로서 전인옥 배우에 대해 말한다면? 

김지원 사람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타고나는 것 같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어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그래서 아깝다. 자꾸 무대에 서게 하고 싶다. 그리고 고집이 세다. 이해가 되어야 움직인다. 그래서 나도 공부를 많이 한다. 충분히 설명해야 하니까. 올해 소리극 <옥이>에서 옥이 역을 연기할 거다. 꼭 같이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전인옥 배우의 아우라를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배우로서 김지원 연출에 대해 말한다면?

김지원 이야기나 장면을 만들 때 장애성이 잘 살도록 섬세하게 작업한다. 어떤 사람이 와도, 처음에 부족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그가 잘 해낼 수 있도록 캐릭터를 설정하고 연습해서 훌륭하게 연기하게 한다. 마술사 같다. 그동안 단체 활동 때문에 김지원 연출 제안을 많이 거절했다. 미안하고 나를 불러주니 감사하다. 이제 단체 대표도 마무리했고 주어지는 대로 시간이 되는 대로 해볼 생각이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것을 지금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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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현 극단 다빈나오 상임연출가, 공연연출가 
극단 다빈나오 <옥이> <색을 짓다> <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외 다수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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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옥  
현 극단 다빈나오 배우
연극 <할 수 있는 家> <가족>, 뮤지컬 <공연은 지금부터> 출연 
전 여성시각장애인협회 여성장애인어울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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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커뮤니티와 아트’ ‘삼인삼색 연출노트’ ‘극작가리서치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진행했다. 비평문/매체 이외의 비평의 다양한 방식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kdoonga@naver.com 

 
 

영상박유미 미술작가 
사진. 박영균 미술작가 
공연사진제공. 극단 다빈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