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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

1인 미디어 시대, 장애·문화·콘텐츠

나를 보라. 그리고 생각하라

글. 장혜영 영화감독 · 유튜버 생각많은 둘째언니

 

누군가 지금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유튜브에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낸다. 그 시간들이 머무는 플랫폼은 계속 변해왔고 또 변해가겠지만 어쨌든 지금이 유튜브의 시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를 다른 플랫폼과 가장 크게 구별 짓는 핵심요소는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Youtube Creator)다. 크리에이터는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며 그보다 훨씬 생동감 있고 변화무쌍한 주체이다. 크리에이터 혹은 유튜버(Youtuber)는 스타가 아니다. 그들은 마치 우리 주위 어딘가에 있을 듯한 친근한 존재들이며 내가 말 걸 수 있을 것 같은 어떤 사람이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누군가를 유일무이한 크리에이터로 만드는 것은 사람들 저마다가 지닌 인격과 개성, 관심사이다. 평범함은 지루하지만 ‘자기 다운 평범함’은 하나의 세계를 이루고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며 서로를 아끼고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만든다. 우리는 유튜브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그 가운데는 당연히 장애를 가진 이들, 장애에 관해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에서 장애에 관해 이야기하는 유튜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이는 37,354명의 구독자와 함께하는 ‘굴러라구르님’일 것이다. 줄여서 ‘구르님’이라고 불리는 이 유튜버는 채널의 첫 영상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간지 나는 휠체어 잘 봤어? 나는 저 휠체어와 함께 굴러다니는 구르님이라고 해.” 구르님의 장애와 구르님이 장애를 인식하고 바라보는 관점은 이 채널 정체성의 중심축이다. 구르님은 지체장애 당사자로서 다양한 일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장애인을 입체적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그저 납작한 스테레오타입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편견과 그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장애인 이야기
[영상출처] 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장애 극복은 무슨 말일까
[영상출처] 유튜브 ‘굴러라 구르님’

구르님 뿐만이 아니다.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서 장애를 사람들 앞에 당당하게 드러내며 많은 비장애인이 장애에 대해 갖고 있는 무지와 편견을 깨뜨리는 유튜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한겨레신문]에서는 ‘인기 끄는 농인 유튜버 3인3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개월’ ‘리후TV’ ‘이자까’ 세 명의 농인 유튜버를 소개한다. 이 중 하개월과 이자까 두 유튜버는 장애에 관한 인식과 담론 이외에도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인 의제들에 대해서도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한다.

 

당신이 나를 만나면 불편한 이유
[영상출처] 유튜브 ‘하개월’

내가 장애인이었어?
[영상출처] 유튜브 ‘이자까’

‘고슴도치라이프스타일’은 언어장애를 동반한 뇌병변장애인인 유튜버 ‘고슴도치’의 일상을 보여주는 채널이고, 채널 ‘김진우’에는 성인 발달장애인인 김진우 씨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이 올라온다. 시각장애인 유튜버 ‘브래드박’은 먹방부터 밀리터리 제품들을 조립하고 리뷰하는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꾸준히 올린다. 경도의 지체장애를 가진 ‘현링’은 뷰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이러한 경향은 세계적으로도 공통된 추세다. 제시카 켈그렌 포자드(Jessica Kellgren-Fozard)는 빈티지한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장애와 LGBT+ 인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국의 레즈비언 농인 유튜버이다. 그의 채널의 구독자 수는 465,880명이다. 자크 애너(Zach Anner)는 뇌성마비 장애인으로서 유머러스한 캐릭터로 장애와 삶에 관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미국의 유튜버이자 작가, 코미디언이다. ‘불량휠체어유닛 배드애스 소어즈(Badass Sores)’는 ‘일본을 배리어프리화하려는 야망을 가진’ 료코와 레나 두 여성이 휠체어에서 바라본 세상을 자유롭게 공유하는 채널이다.

 

누군가 접근통로에 주차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상출처] 유튜브 ‘자크 애너’

장애인의 성… 우리의 경우
[영상출처] 유튜브 ‘배드애즈 소어즈’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고등학생’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구르님의 말처럼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펼쳐지는 거리와 건널목, 버스정류장, 학교와 직장에서 장애인들은 격리되고 감추어져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이라는 가치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정작 함께 보낸 일상의 시간이 축적되어있지 않기에 막상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고민한다. 스마트폰과 모니터 속의 모습일지언정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점점 더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면 그것은 곧 온라인을 넘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을 변화시켜가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거리에는 장애인이 없지만 유튜브에는 장애인이 있다. 다양한 장애를 가진 이들은 ‘유튜브’라는 방대한 플랫폼 위에서 저마다의 주제와 목소리를 가지고 한 인간으로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고유한 경험에 관해 보여주고 이야기한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쳐다보지 말라’는 주문은 이들에 대해서는 예외다. 이들은 말한다. 나를 보라. 그리고 생각하라. 그리고 함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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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도무지 이해 안 가는 세상을 그래도 이해해보고자 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중인 유튜버 ‘생각많은 둘째언니’이자 탈시설한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관한 영화 <어른이 되면>의 감독이다. 동명의 책을 썼다. 종종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담아 노래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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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생각많은 둘째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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