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

정책과 현장 사이, 사회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글. 백령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연구소 연구원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몸통과 얼굴 사이엔 여기…

목이 있죠. 목이 있어야 몸통과 얼굴이 자연스럽게 보여요…

여기 여기에 목이 있어야 해요…”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목은 몸통과 얼굴 사이에 있는 

바로 여기… 네, 맞아요… 여기 목이 있어야 해요… 네, 바로 거기에.”

 

가끔 장애인 미술교육 현장을 참관하는 기회가 있다. 위의 장면은 참관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일이다. 얼굴과 몸통 사이에 있는 목. 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가능하게 하는 신체의 일부가 목이다. 사람을 그리는 작업에서 ‘목’은 얼마나 중요할까? 반복되는 과정에서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커지기도 한다. 목소리가 커지고 같은 말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애인은 과연 몸통과 얼굴 사이의 목에 대해 생각하거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될까? 목의 표현이 자신의 작업 안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목을 깜박 잊고 그리지 않은 것에 대해 알게 된 것일까?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는 상황이다. 

 
 

치료와 복지에서 벗어나 예술 접근성으로

우리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 현장은 확대되고 있다.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은 2005년 문화예술교육의 출발로 치료와 복지, 작업교육 등에서 벗어나 예술에 대한 선택(권) 혹은 예술가로서의 진로를 위한 제도와 정책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장애인 예술교육은 2000년대 이후 삶의 질, 교육 기회의 선택과 균등, 예술의 접근성 확보를 시작으로 장소, 프로그램, 인력 등 다방면에서 확장되고 있다. 복지관에서 진행되던 프로그램이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 아트센터 등으로 확대되면서 일어난 프로그램의 성장은 눈에 띈 성과 중 하나이다. 프로그램의 내용도 컬러링이나 색칠하기에서 미디어 영상 만들기는 물론이고 연극과 춤 등 공연예술분야로까지 확장되었다. 프로그램을 지도하는 사람들도 과거에는 복지사나 치료사가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예술가들이 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하는 등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장애인 예술교육은 예술 체험, 창작, 교육 현장의 측면에서 양적으로 증가되었으나 아직 급증하는 수요에 대한 대응 방법과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며, 제공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의 질을 담보하는 체계나 방법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와 비장애의 사회적 통합을 이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의 장애 관련 연구가 시작되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2015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가 단초가 되어 장애 예술, 장애 예술교육의 정책과 제도 변화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전개되었다. 해외사례조사와 연계하는 워크숍도 연이어 진행되었다. “할 수 없다”에서 “할 수 있다”로의 에이블아트, 시민으로서의 보편적 권리 향유, 창작, 공유,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문화로 접근하는 문화 다양성과 유니버설 접근,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현황조사, 예술인으로서의 활동과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장치 마련 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여러 관련 자료들을 집결하고 장애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출범도 이러한 변화 중 하나이다. 

 
 

왜, 무엇을, 어떻게

최근 들어 지체 장애보다 발달 장애와 지적 장애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의 사회적 활동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예술을 포함한 장애인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장애인 스스로는 물론이고 가족과 사회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에게 예술은 향유나 치료에서 벗어나 장애인 예술가로의 성장과 사회의 진입이란 측면에서 그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장애 예술과 관련된 정책과 제도, 이슈와 담론, 교육 현장의 성찰을 통해 장애 예술과 예술교육은 왜 필요한가, 누가 하는가, 어떻게 하는가, 어디에서 하는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애인에게 예술은 무엇이며 예술을 통해 장애인은 무엇을 경험하고 어떤 변화가 관찰되고 있으며 또 무엇이 기대되고 있는가에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예술을 경험과 느낌으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활동으로 간주한다면 장애인 예술 활동에서 기대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향유를 넘어 창작자,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 예술가로 예술계에 진입하기 위한 경로 마련이 가능한가 등의 현실적인 질문에도 당면하게 된다. 장애인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는 예술 경험의 질을 담보하고 장애인이 예술작업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예술가로서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희망한다. 그 변화를 위해 당사자는 물론이고 가족, 예술가, 활동가는 지역사회, 제도와 정책에 기대할 수 있는 것과 지금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의 단계적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은 유사하면서도 다른 두 가지 접근인 향유와 접근권의 복지 영역과 예술인으로 사회에 입문하는 창작 영역의 변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특성을 감안하여, 특히 발달 장애와 정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위해 별도의 특정한 예술과 예술교육을 정의하고 이를 위한 분리된 상황을 마련하여야 하는가 아니면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며 동시대적 접근에서 모두를 위한 활동에 포함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하는가는 장애인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다. 영국의 문화 다양성 정책, 독일의 보편적 시민 활동 정책 안에서의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의 사례가 후자이며 국제적 추세일 것이다. 이러한 접근이 반영되는 정책과 현장 구현을 위해서는 지속적 논의와 담론 조성, 시행하고 성찰하며 발전시키고 노력하는 시간과 그 시간을 마련하는 사회적 기반이 요구된다. 

 
 

사회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정책이 현장에서 체감되는 순간은 어떤 이야기로 기록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이 진정으로 그들의 생각과 느낌, 경험을 드러내거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작업이라면 우리가 장애인 예술을 바라보고 감상하며 논의하는 방법은 물론 장애인 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방식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들의 선과 형태, 몸짓, 이미지, 소리와 시간, 이들의 연결과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이야기, 작품 등이 예술의 언어로, 보는 이들의 감상과 경험의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회적 문해력이 필요하다. 얼굴과 몸통 사이에 목을 그려야 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목이 없이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가의 세계와 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의 표현 속 숨겨진 심리적, 미학적, 예술적 언어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장애인 예술, 예술교육과 관련된 이들의 역할일 것이다.

 

기대되는 변화는 한 번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크고 작은 변화는 장애인 예술과 예술교육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지금 여기라는 현장의 진정성과 내용 및 방법의 정교화가 정책과 제도 이상으로 변화와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logo_s-01

백령
경희대학교 문화예술경영연구소에서 문화예술교육, 박물관 등의 정책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2002년 이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및 박물관 교육 강의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통합예술교육이란 무엇인가』(2015) 『문화예술교육의 지평을 열며』(2013, 역) 『멀티미디어 시대의 박물관 교육』(2006) 『예술교육의 놀라운 효과』(2005) 등이 있다.
youngbaik6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