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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극단 올리브와찐콩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

비유적인 이야기와 라이브 연주를 통한 감각적 체험

글. 현수정 공연평론가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작.연출 이영숙)은 비유적인 이야기를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아동들이 자신이나 친구의 행동을 이해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연극이다. 이 작품의 중심 소재인 ‘몬스터’는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잉행동이나 산만함 등의 ADHD 증상을 상징한다. 극단 올리브와 찐콩은 발달장애와 ADHD 증상을 보이는 아동들이 학교에서 겪는 갈등에 주목했고, 이와 관련한 현장 조사와 이론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작품을 구상했다.

 

윤주의 고민, ‘몬스터’ 통제하기

주인공 윤주는 발달장애와 ADHD의 증상을 보이는 초등학생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몬스터들이 갑자기 튀어나와서 친구들을 화나게 하거나 선생님을 곤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몬스터들은 수업 시간에 학습 분위기를 망치거나 등굣길에 다른 곳으로 정신을 팔도록 하는 등 윤주의 주위를 산만하게도 만든다. 더 큰 문제는 윤주와 함께 몬스터들도 점점 자라나서 힘이 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편, 윤주는 “친구들이 왜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고민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한 윤주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친구가 나타났으니, 바로 윤주의 짝 창이이다. 창이는 갑자기 감정을 분출하거나 이해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윤주를 ‘시한폭탄’이라고 부르며 걱정하다가,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창이뿐 아니라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도 윤주에게 힘을 보태주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고, 덕분에 윤주는 몬스터들을 가방에 넣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오브제와 라이브 음악의 체험 효과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은 비유적인 내용에 맞는 미학적인 형식으로 관객에게 다가선다. 논리적인 언어로 설명하기보다 극적인 방식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는 작품이 의도한 치료와 학습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전략이다.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은 『옛이야기의 매력』에서 전래동화가 서술보다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는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슬프다는 감정을 설명하는 것보다 우는 행동을 묘사하는 것이 대리체험을 통해 억압을 해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브제와 라이브 음악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은 행동의 연계로 이루어진 장르인 연극이 가진 현장성과 감각적인 체험의 효과를 극대화해준다.

 

인형·천·끈·트렘펄린 등 다양한 오브제의 활용과 어쿠스틱 라이브 음악의 연주는 아동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하며 집중력을 배가시키는 요소이다. 특히 윈드차임(wind chime), 귀로(Guiro)와 같이 일상에서 잘 접할 수 없는 타악기들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이며 관람하도록 하는 배리어프리 방식도 이와 같은 공연의 형식과 잘 어울린다. 아울러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극을 진행하는 장면들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와 같은 피드백은 후속 활동과 연계되며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게 했다. 최정산과 한선영이 윤주와 창이를, 타무라 료가 악사를 맡아서 극을 흥미롭게 이끌었다.

 

연극과 후속활동의 연계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적인 목적의 공연은 콘셉트에 따라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 한 편의 연극만으로 구성되기도 하고 후속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연극의 전개에서도 실제 사건의 재연과 설명 위주인 경우도 있고, 공연성과 미학적인 완성도를 좀 더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작품은 미학적인 형식을 갖춘 연극과 후속 활동이 유기적인 결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후속활동도 ‘몬스터’라는 모티프를 중심으로 일관성 있게 전개되는데, 아이들이 몬스터 그림을 선택하고 색칠한 다음 가방에 넣는 것으로 마무리 짓게 하는 방식이다.

 

한편 후속활동 중 자신의 몬스터 그림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공연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도가 상이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개중에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여 몬스터의 상징적 의미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보였다. 다양한 물리적·정신적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활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타깃 층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때에 따라서는 좀 더 단순하게 정리된 플롯과 다양한 방식의 피드백이 필요할 수도 있어 보인다.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은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을 인지하고 변화하도록 이끌어주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주목할 것은 이 연극이 윤주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관객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이가 적극적으로 윤주를 돕는 모습은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해 생각하게 해준다. 또한 귀여운 모습의 인형으로 표현된 몬스터는 돌발적인 증상에 대한 부정적인 느낌을 없애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극 중 윤주처럼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통합학급에서 빈번히 일어나는데, 그런 점에서 다양한 아동들이 함께 연극놀이를 통해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관계를 개선하는 실제적인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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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나와 몬스터 그리고 가방
극단 올리브와찐콩, 2019.8.26.~9.11., 10개 서울경기인천 초등학교 특수학급(5개교) 및 통합학급(5개교) /교실 또는 다목적실

산만하고 장난이 심한 ‘윤주’와 이를 힘들어하던 짝꿍 ‘창이’가 윤주를 곤란하게 하는 윤주 ‘가방’ 안에 ‘몬스터’의 존재를 발견하게 되면서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가는 이야기이다.  배우와 오브제의 움직임이 퍼커션 음악과 어우러지는 형식이며, 장애아동들이 안정되게 공연을 관람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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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정
공연평론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겸임교수
lizhyun74@gmail.com

사진제공극단 올리브와찐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