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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 캐롤 맥파던 영국문화원 프로그램 매니저

“협업은 피할 수 없고, 융합은 필수적이다”

글. 정종은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캐롤 맥파던(Carole McFadden)은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에서 동아시아, 중동, 북아프리카의 연극과 무용(Theatre & Dance)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통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언리미티드(Unlimited) 프로그램 조직위원회에 영국문화원을 대표하여 참여하였으며, 이후 장애 예술 진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국가의 경계를 가로질러 활발하게 실행해오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캐롤이 2019 서울아트마켓(PAMS)에서 발표를 마치고 난 직후, 이음센터에서 약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는 영국 장애인 예술의 최근 이슈와 현황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의 상황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영국의 장애인 예술 정책은 21세기 들어 전 세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이 개폐막식 등을 통해서 보여준 성취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장애인 예술 현장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공유되어 있습니까?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의 성과를 중심으로 간단히 말씀해 주십시오.  

런던올림픽, 특히 패럴림픽과 연계하여 추진되었던 언리미티드는 영국 장애인 예술의 판도를 바꾸는 아주 큰 계기(game changer)가 되었습니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예술위원회와 영국문화원은 물론이고 여러 장애인, 비장애인 단체들이 참여해서 장애 예술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장을 마련해보고자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올림픽 당시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을 통해 총 29개의 작품을 만들어 냈는데, 이 작품들은 당시 런던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을 뿐 아니라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트센터에서 초청 받아 전시 또는 공연되었습니다. 너무 놀라웠던 것은 개막도 하기 전에 티켓이 완전히 매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영국문화원은 이러한 현상을 새로운 기회로 보게 되었으며, 국제 사회에 장애인 예술을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지요.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의 국제 교류 부문을 담당했던 저희는 이 행사에 전 세계에서 50여 명 정도의 전문가들을 초청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 축제에서 영국문화원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포럼, 좌담회 등 여러 전문가와 함께 장애 예술에 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여기 방문하셨던 전문가들은 이 분야를 굉장히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통과 혁신에 대한 열정을 가지신 분들이었습니다. 그 시너지는 놀라웠는데요, 2012년에 50명 정도를 초청했는데, 2018년에는 참석자 수가 2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인 차원의 전문가 네트워크가 생겨나고 활성화된 것이지요. 이러한 성공을 발판으로 펀딩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2020년까지 약 280명의 장애 예술가와 단체가 혜택을 보게 됩니다.  

영국문화원에서도 여러 가지 놀라움과 함께 장애인 예술 지원을 위한 활동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활동해 오셨는지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신 일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장애 예술은 런던올림픽 이후 매우 중요한 주제가 되었습니다. 영국문화원에서는 현재 전 세계 46개 국가와 관련된 사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나라들은 이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중요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으로 인해서 동아시아 지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거든요. 영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제는 장애 예술인들이 높은 수준(high quality)의 예술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작해낼 수 있다는 사실, 그들이 자신의 생각과 문화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의 중요성 등이 널리 인식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장애 예술인들이 자신들의 예술 활동을 마음껏 진행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왔는데요, 궁극적으로 장애 예술가들의 생계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각국 정부가 장애인 예술 지원을 정부의 중요한 정책 영역으로 받아들이고 추진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려움에 관해서도 질문하셨는데요, 아마도 펀딩과 접근성이라는 두 가지를 꼽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젊은 아티스트들은 자발적으로 나서서 펀딩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고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공률은 높지 않지요. 그런데 장애인 예술은 어떻습니까? 예컨대 장애 예술인은 도움을 주는 보조자와 동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럴 경우 투어를 간다고 하면 숙박비도 올라가고 교통비도 올라가고 훨씬 비용이 많이 들게 됩니다. 펀딩은 차치하고라도, 아직 장애인의 접근성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영국에서도 유명한 아트센터라고 불리는 곳들도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유서 깊은 공연장이나 전시관들은 장애인에 대한 의식이 부족하던 시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장애인 관람객은 물론이고 장애 예술가(창작자)의 관점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시설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그래서 영국문화원은 영국과 전세계 여러 나라에서 장애인 예술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러 공공 시설 및 예술 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 현황 파악과 이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이러한 접근성 개선 노력이 신속하게 그리고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올림픽과 함께 통합차별금지법 제정이 영국에서 장애 예술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영국 예술위원회 등에서 ‘다양성을 위한 창의적 사례(Creative Case for Diversity)’와 같은 사례 연구 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립 장애예술 콜렉션&아카이브(National Disability Arts Collection and Archive)’ 운영, ‘디서빌리티 아츠 온라인(Disability Arts On-Line)’ 등 여러 지원과 진흥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의 효과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매우 많은 영국의 단체들이 장애인 예술을 촉진하는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통합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매우 긴 시간을 거치면서 해당 법률이 제정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에 도입된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언급하신 것들은 상당히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아카이브는 100만 파운드(한화 약 15억1,400만원) 정도로 큰 비용이 들긴 했지만, 과거를 알아야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 예술계에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앞으로 장애인 예술계를 끌고 나갈 재목들이 기존의 예술 장르에서 선배들이 어떠한 고민과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촉진하고 개선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잉글랜드 예술위원회의 ‘다양성을 위한 창의적 사례’ 역시 영국의 문화기관들이 다양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창작지원이나 관객개발에 임하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램프스 온더 문(Ramps on the Moon)’ 같은 프로젝트는 영국의 6개 극장이 연합해서 장애 예술가들을 초청해 공연을 제작하고 투어하는 기획으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아티스트 포 체인지(Artist for Change)’라는 프로그램은 장애 예술가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직원으로 고용되어 해당 기관의 운영 전반에 참여해 보고 어떻게 이러한 시설들이 운영되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뜻깊은 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디서빌리티 아츠 온라인’은 장애 예술인이 이끄는 온라인 저널로 장애 예술가들의 활동 및 프로젝트를 전세계에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주로 에디토리얼, 블로그, 예술 쇼케이스의 리뷰, 인터뷰 등의 글이 공유됩니다. 영국문화원은 컨설팅을 통해 디서빌리티 아츠 온라인이 국제 예술 프로그래머, 공연장 프로그래머, 정책 입안자들에게 좀 더 매력있는 매체가 되도록 정기적 업데이트를 제공하고 뉴스레터의 제작 등을 돕고 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참여 안내를 보내는 등 흥미로운 소식과 사건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곳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검색하고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각계각층의 참여와 협의를 통한 이러한 이니셔티브 프로그램들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장애인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런던올림픽 이후 장애인 예술이 갖는 독특성과 고유성, 그것의 심미적 가치 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아주 분명한 것 같습니다. 장애 예술인들도 큰 힘을 얻었고, 사회적으로나 정책적으로도 과거와 다른 인식과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기의 도래를 장애에 대한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과 사회적 모델(social model)의 범주를 뛰어넘는 창조적 모델(creative model)의 도래라고 이해해도 좋을까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라는 이슈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것처럼 장애 예술이나 장애 예술인 관련 주제나 문제를 개선하는 것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장애 예술가들이 보여준 굉장히 창의적인 에너지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특히 무용이나 연극처럼 장애인들의 신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장르에서 그들의 독특성과 창의성이 굉장히 주목을 받게 됩니다. 말씀하신 바와 같이 어떤 장애인 무용수가 미학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면, 그것은 새로움과 창의성이라는 차원에서 많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많은 분이 ‘장애인 예술’ 하면 굉장히 어둡고 우울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편견을 깨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인권을 가지고 있고, 같은 인간적인 조건을 공유하는 동등한 존재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장애 예술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예술성과 창의성이 최근 많이 주목받는 것은 매우 좋은 상황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모델’에서 ‘창조적 모델’로의 전환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의 전환은 장애를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바라보는 낡은 관점에서, 장애를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조건과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이로 인해서 장애인들이 겪는 일상의 장애물을 없애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우리 사회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언리미티드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장애 예술의 ‘창조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모델과 창조적 모델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장애 예술을 대하는 근본적인 철학은 여전히 사회적 모델에 대한 천착으로부터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협업과 융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다른 장르와의 융합이나, 신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들과의 협업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만일 예술적 성취를 고민하기 이전에 보호 받아야 하고, 지원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온 장애 예술가가 있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가 협업과 융합에 관심을 갖게 도울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질문에 대해서 반문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지금 프로 예술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마추어 예술가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에서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은 철저하게 예술성, 전문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진행되었습니다. 장애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예술적 완성도를 통해서 실현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가진 관점을 비장애인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로 사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삶의 방식을 가졌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협업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융합은 필수적이었습니다.  

 

만약에 한국에서 이러한 시도를 확산하기가 어렵다면, 일단은 통합 모델(integrated model)을 실천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국의 유명한 장애인 예술 단체들, 즉 캔두코(Candoco)라든지 카루셀(Carousel)과 같은 단체들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비장애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려서 활동하는 통합 모델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장애 예술가들도 비장애 예술가들과 함께 기술(skil)과 전문성 획득, 새로운 분야에서의 실험 등을 위해서 협업을 이뤄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협업을 돕기 위해서는 기존하는 장애물들을 제거하는 것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영국문화원에서 ‘연극과 무용’을 맡고 있는데, 영국문화원 차원에서 이 장르는 장애 및 장애 예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저희는 ‘장애 컨설턴트’를 고용해서 연극과 무용 외에 시각예술, 음악, 문학 등 다른 예술 장르에서도 영국문화원이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에 장애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한국의 장애 예술계가 협업이나 융합을 통해서 전 세계가 인정하는 품격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어내는 시기가 곧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향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 그룹 또는 선두 그룹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이러한 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저변 확대를 위해 천천히 나가자는 의견들도 많이 있거든요.  

저는 이 두 가지는 동시에 추진될 수 있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많은 장애 예술가들은 여러 학교나 단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자신의 예술 활동 외에도 생계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장애 예술가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장애 예술이나 장애 예술인에게 관심을 가진 전문 기관들은 기회가 충분하지 않은 예술가들을 위해 다양한 워크숍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레지던시를 제공하거나 창작의 결과물을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지요. 또한 다양한 예술인 계층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각 계층의 니즈가 무엇인지를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유망한 젊은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적절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면서, 이들이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려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신예 예술가들이 국제적으로 투어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좀 더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선두 그룹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그들이 밟아가는 과정과 이룩한 성취가 많은 이들에게 격려가 될 뿐 아니라 실질적인 모범이 되는 경로(path)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장애 예술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반드시 영국과 같은 방식의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언리미티드는 2009년에 시작해 10년 넘게 이어져 왔으며, 이미 그 이전부터 장애 예술인을 위한 많은 활동이 쌓여있었습니다. 최근에 영국의 장애 예술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한국에서는 이곳의 실정에 맞게 개선책과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 적용하면서 꾸준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라벨링에만 치중하지 말고, 프로그램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시간 장애 예술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차분하게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알고 있던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도 있었고,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신 대목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장애 예술계에 하고 싶은 말씀을 좀 더 들려주시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지난 5년간 영국문화원은 한국의 파트너들과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애 예술’은 중요한 주제 중 하나였으며, 이를 통해서 한국 사회가 올바른 트랙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과 영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장애 예술가 리더십 프로그램인 ‘씽크 코리아(Sync Korea)’ 같은 경우에 아직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가 나왔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서 씨앗을 심고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변화를 꿈꾸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언제나 사회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촉매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저희는 여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왔고, 많은 것들을 서서히 이루어왔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 예술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플랫폼이나 도구들이 소개되고 있고, 더 많은 예술가가 사고하고 연마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향후 5년을 내다보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할 것을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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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맥파던(Carole McFadden)   
영국문화원 프로그램 매니저. 연극 및 무용 팀의 프로그램 매니저로 동아시아 및 중동, 북아프리카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다. 2012 런던올림픽 패럴림픽에서 영국문화원이 진행한 청각장애인 및 장애인 예술가를 위한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의 국제적 기여를 주도했으며, 2012년과 2014년 언리미티드페스티벌에 국제 대표단을 소개했다. 언리미티드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동아시아의 예술 프로그램에 포용적 실천을 포함시킴으로써 장애 예술 의제를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영국문화원에서 혁신적인 퍼포먼스, 협업 프로그램 개발 및 설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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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은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하고 영국 글래스고대학교에서 문화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메타기획컨설팅에서 부소장으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부연구위원으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문화경제학회, 한국문화콘텐츠기술학회, 한국예술경영학회의 이사를 맡고 있으며, 주요 관심영역은 4차 산업혁명, 문화 스타트업, 지역문화콘텐츠 관련 정책이다. 
jjekorea@hanmail.net 

사진박영균 미술작가(infebruary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