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장애 예술과 정보 접근성

온라인에 접근할 권리, 디지털에 적응할 과제

글. 장지영 국민일보 문화부장, 공연 칼럼니스트

 

“우리는 배제되지 않을 것이다(#WeShallNotBeRemoved).”
이것은 지난 5월 영국에서 발족한 장애인 예술가(단체) 연대(UK Disability Arts Alliance)의 명칭이자 이들의 캠페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환경에서 새롭게 부각된 향유와 창작에서의 장애인 차별(격차)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영국은 장애인 운동의 역사가 깊은 데다 1995년 ‘장애인차별금지법’(Disability Discrimination Act) 및 2010년 ‘평등법’(Equality Act)의 제정과 함께 노동당 정부(1997~2010)의 ‘창조산업’ 정책이 어우러져 장애 예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됐다. 영국은 ‘다양성’ 차원에서 장애 예술 진흥 정책을 적극 펼쳐왔고, 문화예술 전반에서 장애가 있는 예술가 및 관객의 접근성을 높여왔다. 영국에서 세계 처음으로 주문형 비디오(VOD)의 장애인방송 의무화로 수어통역 창을 삽입하거나 그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영국에서도 그 취약성이 드러났다. 준비 없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문화예술계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온라인 공연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공연은 PC나 휴대전화의 인터넷 환경에서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스트리밍(streaming)하는 것이다. 그동안 교통(이동) 약자였던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이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가이드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영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중 60%가 장애인이라는 조사는 위생 환경, 정보 접근 등 여러 면에서 장애인이 피해를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보다 사회에서 고립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 예술 활동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 배리어프리 운동이 활발해지고 장애 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 수상하고 재상영을 시작한 직후 장애인 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6월 국내 개봉 초기 이벤트로 배리어프리 버전이 상영되긴 했지만 재상영에선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가이드나 대사 및 효과음 설명자막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극장에서 영어 자막까지 제공했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 Service, 이하 OTT) 시장이 급성장한 가운데 장애인의 콘텐츠 접근성이 빠르게 높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콘텐츠인 <킹덤>이 제작 단계부터 화면해설 서비스를 적용하는 등 국내외 OTT는 꾸준히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사용자가 수어방송의 위치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등 편리성도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OTT 가운데 상당수가 여전히 장애인의 웹 접근성이나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며 양질의 콘텐츠가 부족하다.

 

그나마 대중적이고 시장 규모가 큰 영화나 방송 등은 배리어프리에 빠르게 대처하지만, 공연은 속도가 훨씬 느리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공연이 붐을 이뤘지만 장애인과 장애 예술인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배제됐다. 그동안 수많은 기관이 온라인 스트리밍에 나섰지만 배리어프리 버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 4월 예술단체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오셀로와 이아고> 실황 생중계를 하면서 국내 최초로 배리어프리 생중계를 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튜브(배리어프리)와 네이버TV(일반시청용) 플랫폼을 통해 공연이 동시 생중계됐는데, 청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과 수어통역 그리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됐다. 이외에 서울 남산예술센터가 온라인에서도 배리어프리 버전을 제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공연계 전반적으로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12월부터 시행되는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예술인 지원법)은 장애(인) 예술에 대한 첫 독립 법률로서 앞으로 이런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률에 따라 장애 예술인들의 예술활동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은 물론 창작 활동 지원, 작품 발표 기회 확대, 고용 지원, 문화시설 접근성 제고 등을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장애예술인진흥기금’ 설치 조항이 빠져 법률을 집행할 수 있는 예산 마련 근거가 없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민간 차원에서 우선 기금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앞으로 관련 법을 토대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특히 비대면 시대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현재 많은 장애인이 문화예술 활동 및 향유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디지털 역량과 정보 접근성의 격차를 꼽는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정보의 소유나 활용 능력에 따라 빈부격차 심화가 예상되는 만큼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제도 정비와 함께 장애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이제 비대면 사회는 우리 모두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적응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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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1997년 국민일보에 입사해 현재 문화스포츠레저부장을 맡고 있다. 2003년 문화부에서 공연을 담당하면서 그 매력에 빠졌고, 다양한 공연 현장과 정책을 다루는 공연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4차산업혁명시대에 공연이 생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aquajjy@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