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장애의 시선⑦ 만화 속 장애, 장애인

만화가 장애를 말하는 네 가지 방식

글. 한상정 인천대학교 교수

종이 출판만화 속에서 장애인이 등장하는 경우는 많았다. 옛날 만화를 떠올려보면 ‘외팔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인 무협 만화도 있었고, 전쟁이나 사고를 당하고 장애를 얻게 된 인물도 심심찮게 등장했었다. <공포의 외인구단>에는 외팔이 타자 최관이 있었으며, 그 이외의 작품에서도 눈, 팔, 다리 등 장애를 얻게 된 인물들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 인물들의 장애는, 장애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이들에 대한 감정이입의 장치로 활용되거나 작품의 극적 긴장감을 위한 장치인 경우가 많았다. 장애인이 등장하긴 하지만, 실상은 장애에 대한 관념적이고 관습적인 인식을 퍼트리는데 기여했을 뿐 장애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는 볼 수 없다.

 

21세기에 들어와서 디지털 출판만화, 특히 웹툰이 안착되면서 장애인이 주인공이거나 주변 인물로 등장하는 경우들이 있다. 고영훈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2010-2011)라든가, 호형과 망기의 <개밥도토리>(2017-2018)는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이다. 물론 아무리 허구라고 해도 주인공들이 장애를 가진 이상, 장애의 현상에 대해 보여주기는 한다. 하지만 이전의 종이 출판만화에서처럼 장애인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들 역시 하나의 극적 장치나 소재로 활용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이런 부류의 작품들은 완결까지 읽었다고 해도 독자가 장애나 장애인에 대해 이전보다는 얼마나 더 많이, 깊이 알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지 못한다. 실상 시각 장애나 청각 장애에 대한 관습적 이미지들이 그대로 유지될 뿐이다.

 

두 번째 방식부터는 본격적으로 장애를 다룬다. 우리나라에 번역 소개된 프랑스 만화인 파비앵 툴메의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2015)나 웹진 이음에 연재했던 한수자의 <우리는 핑퐁가족>(2018-2019) 같은 작품을 들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서술자가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이다. <우리는 핑퐁가족>은 월간 연재라 11화밖에 되지 않아서 실상 발달장애를 지닌 큰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냐』의 경우, 다운증후군을 지닌 딸의 아버지가 직면하는 거부감과 공포, 사회적 차별과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연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프랑스 사례이긴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 독자들은 다운증후군이 무엇인지, 그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던 이유가 무엇인지, 증상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증상에 대해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얼마나 천차만별인지, 우리는 어떤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배워나갈 수 있다.

 

세 번째는 핑크복어의 <수화 배우는 만화>(2017-2019)를 들 수 있다. 장애인도 아니고 장애인의 가족도 아니지만, 어린 시절에 수어를 못해서 한마디도 나누지 못했던 친구를 떠올리며 수어를 배우는 비장애인의 이야기이다. 외국어는 배우면서 수어를 배운다고 하면 왜 그렇게들 이상하게 쳐다보는지, 시작부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이 비장애인이다보니 종종 독자들과 처지가 비슷하다. 청각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조심하고, 상처 줄까봐 질문도 제대로 못하는, 섬세한 비장애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장 중요한, 장애를 지닌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라일라 작가의 <나는 귀머거리다>(2015-2017)나 프랑스 작가 쥘리 다셰가 쓰고 마드무아젤 카롤린이 그린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2017)이 그런 작품들이다. 전자는 실제 청각 장애를 지닌 작가가 연재한 일상툰이고, 후자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회심리학 박사 쥘리 다셰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들은 위에서 언급했던 두 번째나 세 번째 범주와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당사자성의 강렬함!

 

<나는 귀머거리다>는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는, 교과서로 쓸 만한 작품이다. 청각 장애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청각 장애인이 직접 이야기한다는 차원에서 그 생생함과 생동감은 아주 뛰어나다. 장애가 무엇이고, 장애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등을 세세하게 알려준다. 반면에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경우,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고는 하지만, 주인공은 3인칭 시점으로 드러난다. 주인공 마그리트는 종종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또는 서술자가 그녀를 관찰하고 해석해 준다. 낯선 이름의 병, 아스퍼거 증후군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병을 안은 채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작화가의 손을 빌리다 보니 만화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꽤 높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프랑스 출판만화가 그렇듯이, 웹툰과는 결이 다른 아름다운 색감과 연출을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겨우 다운증후군, 발달 장애, 수어, 청각 장애,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낯선 단어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러니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장애에 대한 비장애인 독자의 이해도를 높여달라.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나오도록 수상 제도를 별도로 만들자. 책을 구입해서 학교도서관에 비치하자. 장애를 다루는 작품도 얼마든지 감동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자. 그래서 장애인도 마음 졸이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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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정

만화와 지역문화 연구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 인천광역시 문화예술위원회 위원. 만화이론을 전공하고, 원주를 거쳐 인천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지역문화에 대한 고민과 연구 중이다.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문화대학원 지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hsj870@empas.com
www.facebook.com/sangjung.han.3

메인사진 출처.
이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