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시각예술 분야에서의 장애 예술 창작역량 강화

편견 없이, 창작의 권리를 위한 제안

글. 김현하 미술작가

‘장애 예술인’이란 호칭은 무슨 의미일까. 장애를 가진 예술인인가 아니면 예술을 하는 장애인인가. 이 말은 어찌 보면 말장난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비장애 예술인이라는 호칭은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을 비교할 때 쓰는 용어이다. 우리에게 어떠한 상황의 선을 긋는 이 호칭의 의미는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개개인이 지닌 장애에 따라 표현법이나 사상이 달라질 수 있다. 그로 인해 다른 감각을 살려 또 다른 의미로 접근할 수 있다. 우리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작곡을 하는 등 모든 예술활동을 할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의적 사고를 하게 된다. 그것은 비장애 예술인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애 예술과 창작역량’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 이 제목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많이 고심되었다.

 

나는 예술인이다. 장애를 가진. 장애 예술인 혹은 예술을 하는 장애인, 둘 중 어떤 의미로 불리든 나는 그저 한 사람의 예술인이고, 나의 장애는 내게 또 다른 경험과 사고를 하게 하는 나만의 능력이자 장점으로 소화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그런 의미로 예술인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예술인은 가난하다. 그 가난을 알면서도 전업 작가들은 생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까지 뛰며 고군분투한다. 그러한 과정에 얻는 경험치의 상승도 좋은 영향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장애를 지닌 예술인은 작업만 하기에도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그러나 역시 생계를 위해 작업뿐 아니라 경제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샌가 체력은 바닥나고 예술 활동은 멈출지도 모른다. 창작역량을 위한 창작지원금은 결과물 발표를 염두에 둔다. 발표를 위한 과정은 작업을 해야만 나오는 결실이다. 작업을 하기 위해 많은 부수적인 것들이 필요하다. 작업을 위한 재료비는 물론이고 작업을 위한 공간과 시간, 생활비 등도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원은 재료비와 대관료, 홍보비 등에 국한되어 있다. 그렇다면 작업을 하는 동안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 작가 개인이 알아서 준비하는 게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경제 활동을 하기 힘든 작가들에게 창작지원금은 받아도 사용할 수 없는 돈일 수 있다.

 

경제적 제약에 따른 불편함은 장애 예술인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비장애 예술인에게도 같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리가 직면한 사회는 예술인에게 가혹하다. 특히 시각예술인에게는 더하다. 「2018 예술인 실태조사」(2017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미술인의 평균 수입은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예술인의 예술활동 개인 수입이 월평균 100만 원 미만인 경우가 무려 72.7%에 달하며, 수입이 아예 없는 경우가 28.8%이다. 시각예술인은 전시를 하더라도 작품의 프레임부터 포트폴리오 사진 촬영, 운송비까지 모두 작가 본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간혹 운이 좋아 작품이 팔리면 다행이지만 그러기란 쉽지 않다. 해외의 몇몇 나라에서는 ‘아티스트 피’(artists fee, 미술작가 보수제도)라는 제도를 마련하여 정부에서 갤러리에 공적자금을 지원하면 갤러리에서는 작가를 초대해 전시를 개최할 때에 작가에게 보수를 지불한다.

 

또 한 예로 캐나다에서는 ‘캐나다미술인대표’(Canadian Artists’ Representation, CARFAC)에서 ‘최저 요금 분류체계’(CARFAC minimum fee schedule)를 만들었다. 캐나다미술인대표는 미술인의 근로 조건과 경제적 상황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결성된 비영리기관으로, 창작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공정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활동해왔다. 처음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다수의 미술인이 함께 작가 보수가 없는 전시를 거부하며 자리를 잡아 나갔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출기준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그나마도 국립미술관 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잠실창작스튜디오는 국내 유일의 장애 예술인을 위한 공간이다. 내게 ‘장애 예술’이라는 단어의 어감은 ‘이방인’에 가깝다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방인 소수자’가 모인 공간에서 보다 진취적으로 작가 지원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장애인이기에 도움이 필요해서가 아닌 진정한 예술인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올해부터 창작지원금에 작가 보수를 책정할 수 있는 제도가 생겨났고 《굿모닝스튜디오》라는 기획전시를 진행하며 작가들에게 보수를 제공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간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 아닐까.

 

작가 보수는 작가들이 자립적으로 예술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만으로 전업작가를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자유롭게 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지원이 가능해질 때 작가들은 작은 희망의 불씨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장애 예술인과 비장애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그러한 당연한 권리를 향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주변을 돌아보고 상호 소통할 수 있고, 자연스레 창작역량도 높아질 것이다.

참고자료
· 「2018 예술인 실태조사」(2017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

· ‘Artist fee를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윤형민, 블로그 커뮤니티와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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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하

시각예술가. 동그란 동전을 모티브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자본에 관해 이야기하지만, 비판이 아닌 작은 가치의 소중함을 말한다.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북경사범대학에서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5년간 중국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2014년 《다른 시선》을 시작으로 중국, 뉴욕, 한국에서 개인전을 했다. 《제2회 아시아 현대 미술》(뉴욕), 《Affordable Art Fair》(홍콩), 《Crossing China-The New Art》(싱가폴), 《세계의 수묵-국제수묵작품전》(중국) 등 다수 기획전에 참여했다. 2016년 뉴욕 허드슨밸리현대미술센터(HVCCA)에서 3개월간 입주작가로 있었으며, 현재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11기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flaring2@hanmail.net

2020.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