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라인 워크숍 ‘캠프 인터내셔널(백투백 시어터)’

다른 공간 같은 호흡으로 공유하는 예술

글. 서지원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연출

2020년 온라인 워크숍 ‘캠프 인터내셔널(백투백 시어터)’(이하 워크숍) 참여 제안에 감사와 긴장이 공존했다. 장애 여성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어도 공유하고 고민을 나눌 공간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로 다른 장애 예술인을 만나고 활동과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시대에서 많은 것이 멈춰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가 의무화되면서 문화예술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같았다. 예술가들이 해야 할 활동이 멈추고 온라인 공연으로 변화되거나 없어질 때, 우리 사회에서 문화예술은 생계와 안전보다 덜 중요시 되는 건 아닌가 느끼기도 했다. 워크숍에 참여를 결심하며 장애 예술로 더 넓게 만나고 싶었다. 나의 경험을 알리며 다른 사회의 장애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활동하는지를 돌아볼 수 있겠다는 기대, 설렘, 긴장이 공존했다.

 
 

아직은 낯선 네모난 상자 ‘줌’

 

각자의 공간에서 네모난 화면으로 마치 조각난 퍼즐처럼 작은 얼굴을 비추어 소통하는 방식이 낯설었다. 대면으로 연습하던 공간에서 비대면으로 공간을 이동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내 말이 들리고 있나, 알아들을 수 있나’ 속으로 생각하면서 말을 안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흥미롭고 재미있다고 느낀 점은 줌(ZOOM) 화면이 조각난 퍼즐 같다는 것이다. 조각난 퍼즐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문화예술 활동을 알리기 위해 작은 화면 속에 얼굴을 크게 비추어 보인다거나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나 더 집중해서 들었다. 때론 ‘채팅을 빠르게 치지 못하니까, 기계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 공간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고민이 들었다. 이것이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이야기되지 않고 모두가 접근 가능한 방법을 고민해 보기도 했다.

 
 

단순한 작업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 예술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던 워크숍 사전모임 때 각자의 공간에서 줌으로 하는 것보다 다 함께 모여 한 공간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였다. 우린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양쪽으로 네모난 상자 같은 모니터 화면에 가까이 갔다. 드디어 호주 백투백 시어터에서 활동하는 장애·비장애 배우들과 마주했다. 여러 화면 속에서 각자의 자유로움을 풍기면서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움직임, 움직임을 위한 설명은 결코 크지도 복잡하지도 않았다.

 

‘형성하고 사라지기’ ‘나를 먹어주세요/나를 마셔주세요’ ‘호흡 그리기’ ‘당신의 얼굴이 창구입니다’ 이렇게 네 번의 워크숍을 통해 서로의 경험, 문화를 공유하였다. 문화예술은 다른 듯 닮아있었고, 장애인이 향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창작하는 장애 예술인으로 시간을 공유할 수 있었다.

 

따로 또 같이하는 동료들의 움직임은 단순해 보이지만 집중해서 자신의 몸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배우들도 각자의 움직임, 몸의 변화(경직, 뻗침, 통증, 근육, 발음)를 계속 발견하고 실험하고 연구하며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지루하고 때론 거칠게 아주 냉철히 질문하고 갈등하며 유쾌하게 여러 가지의 도전을 해오고 있다. ‘누가 연기에 대한 기량을 더 갖추었냐’가 아니라 ‘누구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긴장하면서 동료 관계를 만들 것인가?’가 무엇보다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질문이다.

 

워크숍은 매회기를 진행할 때마다 ‘국토에 감사를 표하는’(살고 있는 땅에 대한 역사를 기억하며 선주민에 대한 애도와 감사, 존경을 표하는 의식) 명상으로 시작하였다. 나는 그 장면이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다. 감사를 표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의미를 계속 생각했다. 사람은 ‘자신이 지금 어디서 살고 있고, 어떻게 활동하고, 누구와 관계 맺고 싶어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누군가는 ‘문화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누가 주체인가’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호주의 자기 공간에서 자신만의 몸짓을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소통하며 연습과 훈련에 참여하는지가 보이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들이 조각난 화면에서도 같이 호흡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나의 예술 동료는 누구인가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한국 사회 문화예술 현장을 다양한 시선으로 보게 된 점이 개인적으로 큰 성과였다. 이음센터는 공간이 주는 의미가 있고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 공간에서 활동하는 사람의 생각과 고민이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다만 현재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물리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한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느냐는 고민도 들었다. ‘아침 일찍 오는 것이 괜찮냐?’는 반복된 질문이 한 예다. 그보다 워크숍이 진행될 때 당신의 고민은 무엇이냐 물어봐 주었다면 어땠을까. 언어장애가 있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 옆에 알아듣는 사람을 섭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소통하는 것이 서로에게 편안한지 묻는 모습이었다면 어떠했을까. 장애 예술인이 활동하기 위해 접근성을 고민하고, 서로의 관계에서 어떤 게 필요한지 연결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워크숍 과정에서 이런 대화를 좀 더 많이 했다면 동료로 관계 맺기가 더 풍성해졌을 것이다.

 
 

무수한 예술 현장에서 만날 고민의 조각들

 

마지막으로 워크숍은 나에게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도 장애 문화예술계에도 하나의 도전이자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화면을 통한 워크숍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이음’이란 넓은 공간, 그리고 그 안에 설치된 온라인의 네모난 화면 안에서만 나의 예술이 표현되는 걸 보면서 한 편으론 마치 사회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회가 우리를 갇히게 한 걸까? 우리가 갇힌 사회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이 워크숍 내내 들었다. 장애 여성 예술인으로서 다른 장애 예술인들과 고민을 맞대고 알려 나가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장애 여성 예술인이란 정체성을 독립적으로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함께하면서도 특정한 공간 안에, 사람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되니까. 가까우면서도 멀어질 수 있고, 독립적일 수 있는 만남 같은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 편으론 더 가까워진 느낌도 든다. 매회 워크숍이 진행되면서 작고 조각난 화면이 마치 조각 퍼즐이 맞춰지듯이 각자의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고 서로의 경험을 들으면서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배우들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단지 움직임이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그 사람들의 고민을 만나고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호주의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이 조각들이 무수한 예술 현장에 존재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고민과 도전도 깊어지고 토론 거리가 끊임없이 생길 것이다.

온라인 워크숍 ‘캠프 인터내셔널(백투백 시어터)’
2020.10.9.(금) 10.16.(금), 10.23.(금) | 이음센터 및 온라인

 

호주 백투백 시어터(Back to Back Theatre)는 1980년대 초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 일원으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배우들은 각 작품의 공동저자이자 드라마터그로 자신들 삶의 경험을 담은 작품을 창작해왔다. ‘캠프 인터내셔널(CAMP International)’은 퍼포먼스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 모든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 열려있는 예술창작 워크숍으로, 백투백 시어터가 매해 운영하는 주말 워크숍 캠프(CAMP)에서 영감을 받아 2020년 처음 선보이는 비대면 온라인 워크숍이다. 워크숍에서는 백투백 시어터 멤버 및 관련 예술가 6명이 강사로 참여하여 무브먼트, 즉흥/작문, 부토, 소연극, 실험예술, 정체성 디자인 등 다양한 장르의 워크숍을 4회차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한국에서는 배우·시각예술가 6명이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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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원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연출 겸 배우. 2004년 2기 멤버. 사회에서 배제되고 통제받았던 나의 삶을 춤추는허리 문화예술 운동을 만나면서 역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의 힘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무대’라는 공간을 선택하여 연습을 통해 실패를 연습하고 있다.

godsjw@hanmail.net

2020.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