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맹용 도예가

완전하고 단순한 원을 닮은 삶

글. 남인숙 온갖예술연구소 대표·미학자·미술평론가

부산 해운대구 한 장소에서 20년 동안 작업해온 정맹용 도예가를 만났다. 그간의 역사를 말해주듯 작업실에 들어서자 묵직한 시간의 무게가 전해져 온다. 작업장은 물레, 가마와 같은 특수 장비와 공구, 재료 등 관련된 물건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다. 담담하게 이어가는 정맹용 작가의 작업 이야기는 곧 삶의 이야기이기에 매 순간마다 있었을 삶의 고비를 느끼게 한다.

정맹용 도예가는 공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사의 조언을 따라 공방에 취직했다. 이후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을 운영하다 도예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에 직면하면서 삶의 전기를 맞이했다. 결국 불혹의 나이를 지나 대학에 진학하여 자신만의 도예 세계를 일구며 오늘에 이르렀다. 정맹용 작가의 부인도 작가이고 두 아들은 각각 도예와 요리를 전공하여 명실공히 예술가 가족의 꿈을 이룬 듯하다. 그러나 도예가로서 걸어온 외길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임이 한마디 한마디 깊은 회상에 묻어났다.

 

“공예고등학교 시절 은사님이 공방에 취직하면 먹고살 수 있다는 말씀에 자연스럽게 공방에 취직했지만, 이어지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더해가다, 대학교에 진학했다. 뒤처진다고 생각되는 디자인은 전통의 재해석을 통해 나만의 방식을 찾아내려 했다. 지금의 작품은 그간 연마해온 기술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책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한 정맹용 도예가는 20대에 보수동 책방골목을 놀러 다니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켰다. 신발 밑창이 닳도록 벼룩시장을 들락거렸다는 초현실주의자들이 떠오르면서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누비며 도예가의 꿈을 키우는 청년의 모습이 그려진다. 요즘으로 치면 인터넷 서핑을 하듯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도예가로서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청춘의 호기심을 충족시킨 것 같다.

 

정맹용 도예가는 그곳에서 구입한 책에서 우연히 보게 된 ‘도자 등’의 이미지가 자신의 미래 작업 방향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깃불이 들어오는 도자기’는 향후 ‘나만의 도예’로 실현해보리라는 목표를 만들게 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선인장 모양의 도자 전기등이 바로 그때의 다짐을 성취한 것이다. 인터뷰 내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선인장은 장식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매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면서 동시에 일상을 위로하듯 불을 밝히는 일상의 기물이 아닐 수 없다. ‘선인장’이 불러내는 이국적인 환상의 공간은 정맹용 도예가의 예술이 안내해주는 꿈의 공간이 아닐까 싶다.

 

정맹용 도예가와 첫 대면에서 쉽게 이야기를 풀어볼 요량으로 ‘도예 작가로서 입장’부터 질문을 던졌는데, 자신은 ‘작가’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에게 도예는 삶 자체를 이끌고 가는 동력이어서 자신의 작업을 ‘작가’라는 이름에 한정할 수 없다며 직업으로서의 도예와 자기 삶의 관계를 설명한다. 항상 생활 속에서 도예의 존재감을 찾아왔기에 ‘작가’라 불리는 것이 오히려 불필요하기도 하고 맞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도심 한복판 해운대구에 작업장을 만든 이유도, 생활 속에서 도예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고 그 점을 널리 알리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스스로 예술혼을 주장하고 전파하기보다는 오히려 “봐주는 사람들, 관람자로 온 누군가가 예술로서 받아들여 준다면 그때 비로소 나의 도예품이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정맹용 도예가는 직업인으로서의 도예가의 모습과 고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려는 작가로서의 욕망이 은근슬쩍 교차하면서 일정한 틀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듯하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즉시 해보는 방식으로 낡고 건조한 구분을 넘어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나를 이기는 것.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한다. 남들이 안 된다고 해도 해내려고 한다. 이것이 나를 이기는 길이다.”

 

이렇게 ‘나를 극복해가는’ 삶의 여정에서 정맹용 도예가는 작가이자 생활인으로서 일가를 이루며 전통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할 수 있을까, 재해석된 ‘나만의’ 도예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장식 등은 불이 들어오게 하고, 그릇은 투각을 현대화하거나 재해석하는 등의 기법으로 자신만의 도예를 제작해낸다. 가장 완전하고 단순하고 그렇기에 아름다운 ‘원’을 기본 단위로 기물을 조형하고 원의 문양을 패턴화하여 기물을 장식한다.

 

오랜 기술 연마가 필요한 이러한 작업을 통해 그는 기술적으로 재료를 잘 다루는 능력과 기술을 이해하고 부리는 심적인 능력을 아주 튼튼하게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주전자의 안과 밖에서 마치 그린 듯이 놓여 있는 색점들은 투각을 메운 색점토를 아주 매끈하게 갈아 정돈한 것이다. 그가 물레를 차고 캐스팅 작업을 하면서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도예를 우리의 삶 속에 널리 알리고, 그 노력 중에 몇 개의 결실이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남기를 바라는, 실천가로서의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무심한 듯 묵묵히 자신의 소망을 성취해 온 만큼 깊은 정감과 진실성을 도예라는 행위에 담아내고 있는 듯하다.

정맹용 작가는 올해 처음 문을 연 장애 예술인 창작공간 ‘온그루’ 입주작가이기도 하다. 부산 수영구 망미동 비콘그라운드 내에 위치한 온그루는 장애 예술 창작활동 활성화와 장애인 문화예술 기회 확대를 위해 부산문화재단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처음이자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연 장애 예술인 창작공간 입주작가로서의 소회를 물었다.

 

“부산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장애 예술인 창작공간을 만들기는 했지만, 예술지원이나 환경의 측면에서 볼 때 시작 단계이니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장애인 예술을 전담하는 행정지원의 전문성도 절실하고, 실질적인 지원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문제점에 대한 대응이나 장애인 예술인의 활성화에 대한 경청 그리고 보다 세심한 지원과 실질적인 지원 계획이 필요하다.”

 

장애인으로서 예술을 하는 어려움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필요한 지원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정맹용 도예가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장애 예술인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나 정당한 정책을 수립하는 차원에서 무엇이 정말로 필요한지 반영되는 것 같지 않다고 진단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 활용하는 공간인데 2층에서 운영된다든가, 일상적으로 예술가와 일반 관람객과의 소통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또한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투자가 이뤄지고 그 타당성에 대해 열린 토론과 제안을 반영하기 위한 시스템 정비가 절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예술을 통해 삶의 보람을 찾고 나아가 예술로 직업을 갖고자 하는 많은 장애인의 실질적인 예술복지에 대해 모두의 지혜를 구해본다.

 

“도석을 빻아서 만든 흙이 도토인데, 제 작업에 이 흙을 사용한다. 발색도는 좋은데 물레질이 잘 안 되는 단점이 있는 재료다. 지금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물레 작업과 캐스팅 작업을 병행하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내가 처한 환경을 이기고 나 자신을 이기는 작업을 하고 싶다.”

 

새해에는 새로운 기획으로, 실외에서 설치작업으로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2021년 정맹용 도예가의 설치 전을 상상하며 작업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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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정맹용 도자展
제4회 정맹용 합 盒 展
프로필_정맹용

정맹용 부산공예고등학교(현 한국조형예술고등학교), 경성대학교 공예디자인 전공으로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졸업했다. 20년째 해운대구에서 ‘정맹룡 도예공방’을 운영하며 작업과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2012년 교류전으로 일본 시츠오카에서 연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9회의 개인전과 2020 한·중·일교류전, 갤러리예문 초청기획전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다수의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해 미술대전 우수상(2015)을 받았다. 영국 UCA, 중국 칭화대학교, 일본 아트스페이스 A-1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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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숙온갖예술연구소 대표, 미학자, 미술평론가
ihnsooknam@gmail.com

 

영상. 박유미 미술작가 gomako1983@hanmail.net
사진. 이인미 사진작가 beonwho2@gmail.com
작품사진 제공. 정맹용

2021.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