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배리어프리 경험을 말하다① 음성해설

갈등도 화해도 소리로 느낄 수 있게

곽남희·김혜일·이성수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배리어프리 이슈가 점차 확장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 그리고 최근 늘어난 온라인 상영까지, 단순히 장애인 서비스를 넘어 예술작품 자체를 다양한 감각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창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좀 더 나은 배리어프리를 고민할 때 한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각·청각장애인 관객 여섯 명의 경험을 바탕으로 문화예술 배리어프리에 대한 기대와 개선점 등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음성해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 관련 소식을 주로 어디서 접하고, 어떻게 관람하시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곽남희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익 옹호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어요. 공연·전시 소식은 주로 시각장애인 사이트인 ‘넓은마을’‘아이프리’의 공지에서 확인합니다. 시각장애인 사이트가 유일하게 접근 가능해요.

 

김혜일사운드플렉스에서 배리어프리 콘텐츠 모니터링 등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증 시각장애이고 저시력으로 시력을 같이 사용하고요. 일반적인 공연정보는 공연예매사이트에서 검색하거나 알림을 등록해놓고 받고 있어요. 배리어프리 공연의 경우 사운드플렉스 페이스북 계정에서 소식을 보고 있고요.

 

이성수 시각장애인 연극배우이자 장애인식개선 강사, 안마사(헬스키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시력으로 시력을 함께 사용해요. 공연·전시 등 문화예술 소식은 지인이나 인터넷, SNS 등을 통해 공연정보를 접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매를 한 후 관람해요. 배리어프리, 유니버설 디자인 등이 갖춰진 공연일 경우 편안한 마음으로 관람하는데 그렇지 않은 공연의 경우 부담감이 있죠. 하지만 꼭 보고 싶은 공연이면 재미와 감동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해 등 여러 가지를 감수하고라도 관람해요.

그동안 관람하신 공연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배리어프리 측면에서 그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곽남희2018년에 보들극장에서 주최한 배리어프리 뮤직드라마 〈아빠가 사라졌다!〉가 기억에 남아요. 영화나 드라마 외에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은 음성해설이 거의 없는데 이 공연을 보면서 배리어프리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인상 깊었어요. 해설도 적절하게 잘 되어있어서 이해하기 편했고요. 적절한 해설의 기준은 개인별로 다르겠지만, 소리를 듣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을 해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해설의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오히려 내용을 못 듣는 경우가 있거든요.

  

김혜일세 개 작품이 기억에 남는데요. 첫 번째는 천하제일탈공작소의 〈오셀로와 이아고〉(2020.4.3. 온라인 생중계) 입니다. 단순히 이야기로 풀어지는 공연이 아니라 탈춤 장르여서 극 중에서 배우의 행동과 몸짓, 동선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배리어프리가 아니었다면 탈춤과 행동을 통한 배우들의 감정묘사, 분위기의 반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탈춤 자세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어떤 심적 표현인지 알 수 있었고, 이동하는 동선과 움직임, 탈에 대한 설명 등이 있어서 인물의 감정 변화도 알 수 있었어요. 이런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등장인물 간의 갈등이나 화해 등 관계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요. 두 번째로는 프로젝트그룹 빠-다밥의 2020 봄 작가, 겨울 무대 〈여름이 지나갈 때〉(2020.11.,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대화로 흘러가는데 등장인물이 6명인데 관계가 복잡해서 정확한 음성해설이 없었다면 등장인물도 파악하지 못하고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또 동성애 관계의 등장인물을 대화만으로 파악해야 했다면 의아하게 지켜봤을 텐데, 음성해설 덕분에 연인관계임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죠. 극 중 배우들이 대화하면서 화분을 옮기거나 꽃을 다듬는 등 작은 행동들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행동에 대한 묘사를 등장인물의 대화와 함께 들을 수 있어서 생동감을 더할 수 있었고 공연의 재미가 배가 되는 느낌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국립극단 〈스카팽〉(2021.2. 온라인 미리보기-화면해설)에서는 일인다역이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이 경우 거의 같은 목소리로 나오면 내용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해요. 이럴 때 음성해설의 진가를 느낄 수 있어요.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안내하는 해설 덕분에 목소리가 같더라도 작품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성수래빗홀씨어터의 연극 〈마른대지〉(2020.8., 두산아트센터)와 〈우리는 함께 이 도시에 도착했다〉(2020.2., 미아리고개예술극장)가 기억에 남아요. 두 작품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설한 제작으로 별도의 해설 없이 대사와 분위기, 느낌만으로도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공연이었어요. 공연 시작 전에 무대구조에 대한 설명으로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고, 다른 관객 못지않게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어요.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같은 방식으로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차별감이 들지 않고 좋았어요.

〈스카팽〉

코로나19 여파로 공연장이나 전시장 방문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으로 공연 전막을 상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연장에서 관람할 때와 온라인으로 관람할 때 다른 점이 있을까요? 그에 따라 배리어프리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면 어떤 점을 좀 더 고려해야 할까요?

 

곽남희온라인으로 보는 작품이라면 배리어프리 음성해설이 더 자세할 필요가 있어요. 직접 현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도가 다를 수 있죠. 가령 직접 가서 관람하는 경우 이해가 안 되면 함께 갔던 친구나 안내원, 활동지원사에게 물어볼 수 있지만, 온라인은 혼자 듣는 경우가 많으니 주변의 도움을 안 받아도 될 만큼 자세하게 해설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요. 또 대사와 화면해설이 최대한 겹치지 않게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혜일저는 저시력이라 시력을 같이 활용하는데요. 집에서 온라인 공연을 큰 화면으로 가까이 몇 번 봤는데 실제 공연장에서보다 등장인물의 움직임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고 무대 세팅, 배우들의 의상, 클로즈업됐을 때는 배우의 표정까지도 볼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 느끼지 못했던 부분을 온라인에서는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편, 공연장에서는 목소리와 발소리를 들으면 배우들의 위치와 동선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이런 부분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요. 배우의 위치와 동선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세밀하게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이성수온라인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을 본 적은 아직 없고 영화나 드라마 등을 화면해설로 본 적은 있어요. 영상이 전혀 없이 소리로만 해설하는 것은 전맹 시각장애인에게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저와 같은 저시력 장애인에게는 아쉬운 점이 많아요. 실제로 전맹보다 저시력이 훨씬 많은데 배리어프리는 전맹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저시력 장애인으로서 이중의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만약 온라인으로 배리어프리나 유니버설한 공연을 보게 된다면 인물의 표정이나 주요한 소품이 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충분히 클로즈업되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더 나은 문화예술 배리어프리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 바라는 점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곽남희가끔 굳이 해설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내용도 해설하는 경우가 있어요. ‘전화를 받는다’ 같은 경우에는 전화벨 소리만 들으면 전화 받는 상황임을 알 수 있으니까 굳이 화면해설이 필요 없는데, 이 말을 넣다 보니 해설 소리가 묻히는 거죠. 이런 부분도 세심하게 고려되면 좋을 것 같아요.

 

김혜일예전에는 배리어프리 영화나 공연 등에 관심이 많지 않았어요. 내가 시력이 안 좋으니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것이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배리어프리 공연이 많아지고 아내와 같이 문화생활을 즐기게 되면서 부쩍 관심이 커졌고, 이제는 음성해설이 없는 공연을 보러 가면 ‘아! 이럴 때 해설이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특히나 소리 없는 배우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 글씨가 적힌 패널을 들고 있거나 화면이 나오면 더 생각이 많이 나요.
배리어프리 공연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너무 좋지만 보편화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직 기존의 유명작품들은 배리어프리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겠지만 내가 원하는 공연을 내가 원하는 관람일에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수의 지정된 공연, 지정된 회차에만 배리어프리로 진행되어 한 번 놓치면 다음 기회가 없다는 것이 좀 답답해요. 일반적인 공연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배리어프리는 선택의 폭이 특히 더 좁다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저는 시각적인 부분에도 많이 의지하는데 특히나 공연장을 가게 되면 거의 항상 맨 앞자리를 예약해요. 일반적인 사람들은 꺼리는 자리지만 맨 앞에 앉아야 배우의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장애인 지정석에 대한 것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혹시나 배리어프리 버전의 공연에서 관람자의 좌석을 지정하게 된다면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최대한 앞자리로 배치해주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성수배리어프리도 물론 좋지만 근본적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이 더 확산되었으면 좋겠어요. 소극장 공연에서 이러한 부분에 힘써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때로는 눈물겨울 때도 있습니다. 큰 공연 제작진이 솔선수범하셨으면 좋겠어요. 해설도 작품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좀 더 인지해주시길 바랍니다. 전맹뿐만이 아닌 저시력자를 위한 부분도 좀 더 고려되었으면 좋겠고요. 말처럼 쉬운 얘기가 아닌데 장애인의 접근권을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의 노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글. 곽남희·김혜일·이성수
정리. 프로젝트 궁리

2021. 03월호